T/아재

그래상식 :: 발렌타인데이 2015

annina 2015. 2. 15. 03:53










차장님, 오늘 초콜렛 받으셨어요?
뭔 초콜렛이야. 늙어가는 처지에 그런거 챙길새가 어디있어. 일이나 해.
옙!
그래는 대리님과 차장님의 대화에 끼이지 못하고 물러났다. 어제 고심해서 고른 초콜렛은 아무런 명분을 가지지 못하고, 그저 그의 가방 안에 들어있었다. 집에 그걸 다시 가져가 혼자 먹을 생각을 하니 우울해져, 그래는 화장실 간다는 핑계로 자리를 벗어났다.

그나마 오후에 차장님과 외근이 있어서 혹시 그때를 노려 건내줄수 없을까 생각하며 그래는 옥상 난간에 기대있었다. 뒤에서 발소리가 나 땡땡이를 들킬까 돌아본 장그래는 예기치 못한 초콜렛에 몸이 굳었다.

그걸 든 사람의 얼굴도 보이기 전에 눈 앞에 보인 빨간색 하트 모양 초콜렛의 주인은 평소 스쳐가듯 보는 같은 층 여자 동료였다. 장그래가 얼떨결에 그걸 받아들자, 그 여자는 고개를 꾸벅이고는 옥상에서 내려갔다. 장그래는 한참을 그 옥상에 서있었다.

그걸 어떻게 들고가는냐, 혹은 버릴까에 대해 생각하면서. 김대리님에게서 온 전화에 그래는 어쩔 수 없이 내려가며 손에 그 초콜렛을 들고 갔다. 자신과 같은 마음이 담긴 초콜렛을, 버리지도 못한 장그래는 어쩔 수 없이 그것을 들고 자신의 자리로 들어갔다. 들어가자 마자, 동식이 놀려대기 시작했지만 그래는 어설프게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상식은 그저 그래의 손에 들린 초콜렛을 한번 쓱 볼 뿐이었다.

차가 밀려 지각하는 바람에, 정신도 없던 외근을 돌아오는 길 차안에서 장그래는 어떻게하면 뒷좌석 초콜렛을 상식에게 줄 수 있을까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상식은 창문에 팔을 괴어 턱을 올린채 앞을 주시하다가 문뜩 생각 났다는 듯이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뭐 찾으세요?
아냐, 암것도.

상식은 가방을 코라도 박을 듯이 보다, 다시 잠궜다. 용기를 내지 못한 그래는 결국 회사까지 차를 몰고 들어갔다. 회사에서 마무리 서류만 확인 하고 퇴근 하면 되는 일이라, 상식은 그래에게 먼저 가라고했지만 그래는 끝까지 그를 따라갔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그래가 부서 바깥쪽에 서있었다. 상식이 컴퓨터를 만지는 사이, 그래는 가방을 뒤졌다. 딱딱하게 손에 닿는 네모난 박스가 만져졌다. 그래는 그걸 꺼낼까 말까하다, 상식에게서 뒤돌아서 그걸 꺼내 손에 쥐었다. 그리곤 그걸 건내려 뒤돌려는 데, 어깨에 닿는 손이 있었다. 상식은 그래의 손에 있는 노란 초콜렛 박스를 보곤 말했다.

그건 또 언제 받았어?
이건 받은 게 아니고, 그...
누구 줄꺼야? 아, 가면서 말해.

상식이 앞서 걸어가며 말하자, 장그래가 그 뒤를 따라갔다. 엘리베이터도, 상식이 패널 바로 앞에 서있고 그 뒤로 그래가 섰다.

차장님, 저 드릴꺼 있는데요.

그 날 따라 엘리베이터가 너무 빨랐다. 그래의 말이 멈추자 마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일층인 걸 확인하곤, 상식은 빠르게 걸어갔다. 옆구리 가방을 낀 상태로 상식은 차를 향해 갔고 그 뒤를 그래가 뛰듯이 따라갔다.

하아, 하아, 차장님...
장그래.

상식의 귀가 빨개져 있었다. 장그래가 손에 쥐고 뛰다 조금 찌그러진 초콜렛 상자를 내밀었다. 상식은 그걸 보고 고개를 돌렸고, 그래는 그것을 보곤 손이 내려갔다. 갑자기 가벼워지는 손에 장그래가 숙여진 고개를 들자, 상식은 그 상자를 들고 자신의 가방에 넣었다. 그리곤 가방을 뒤지더니, 빨간색 하트 모양 초콜렛을 꺼내 그래의 손에 줬다.

이건 내가 주는 거.

상식은 서둘러 차를 탔다. 그의 귀는 여전히 빨갰다.












트윝어에 풀었던 거에요..ㅠㅠ 140자 때문에 줄인 것도 있어서 말이 이상할지도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