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인혁 :: Blossom
요 이틀 간 교수님을 본 적이 없었다. 줄줄이 이어지는 수술 때문이었는데, 점점 피곤해하시겠다고 막연하게만 생각될 뿐, 그의 옆에 은아쌤이 있을 테니 괜찮겠지. 라며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면 안되었는데, 지금 맡은 여러 중환자의 케어에 내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먼저 찾아오시게 하다니.
마지막으로 그를 본 것은, 별것도 아닌 것을 내가 따지는 바람에 생긴 사소한 다툼 때였다. 그와 은아쌤이 나란히 앉아서, 즐거운 듯이 웃으며, 외식을 하는. 내가 그런 광경을 본 탓에 생긴 작은 분란.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런 걸로 다퉜을까 싶기도 하고, 아직 조금 화가 나기도 하고.
뻑뻑이는 눈을 다시 감았다가 뜨며, 관통상을 입은 환자의 동맥혈검사 결과를 수첩에 옮겨 적었다. 교대로 온 인턴에게 인사를 하고, 흐느적거리며 내 기숙사로 들어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동시에 그 침대가 너무나 기대되기도 하고, 중환자실의 환자들이 걱정되기도 하였다. 저 인턴이 잘할까? 가봐야 하는 거 아닐까? 점점, 노랗게 빛나는 벽을 점멸되듯 응시하다, 정신을 차리고 발걸음을 옮겼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니, 침대가 꽉 차 있었다. 응? 내 침대는? 간신히 내 빈 침대 찾아 누워 들어갔다. 이게 귀소본능인가 보지? 가운도 벗지 못하고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스치는 모든 것이 내게 잠을 강요하고 있었다. 더불어 누군가의 코골이마저도, 반복되어오는 리듬이 안정감 있는 듯했다. 눈을 뜰 수는 없었다. 그 위에 얼마나 많은 잠들이 앉아 있는 것인지, 아마 콘크리트로 꼭 붙여 놓은 것이 아닐까.
아... 환자들. 환자들을 케어하는 도중, 수술 후 피범벅인 교수님이 내 등을 두들겼다. 검지손가락? 어, 교수님인 건 어떻게 알았지. 그가 두들긴 내 가운에 핏자국이 남았다. 등 뒤의 교수님은 내 구부린 등에 기대왔다. 슬퍼 보여 마주 앉아 주고 싶은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교수님은 한참을 그러고 있더니, 내게 아무런 반응이 없자 몸을 떼어 저 멀리로 사라졌다. 단지, 그가 기대고 있던 자국 그대로 핏자국이 남았다.
왜?
뒤이어 움직인 몸을 돌려 그를 따라갔다.
어쩌려고?
문을 하나 지나니까, 수술실이었다. 옹기종기 사람들이 베드 주변에 몰려있었다.
아냐.
나도 무슨 일인가 싶어 끼어들려고 했지만, 그 뒤통수만 보이는 사람들은 밀려나지 않았다. 마치 고정된 각목이라도 되는 듯이.
누구야?
옆의 회전의자에 올라갔다. 올라가자마자, 의자가 빙글빙글 계속해서 돌아갔다. 시야가 핑그르르 하고 빙글빙글. 사람들의 사이, 베드 위에 수술복이 보였다.
아니야.
어지러운 걸 참지 못하고 의자에서 떨어졌다. 정신을 차리자, 응급실이었다. 아무도 없었고, 중증외상센터 간판만이 불이 켜져 있었다. 조심스레 문을 열자,
떨어지는 피?
누구의 것일까? 저 늘어진 팔은, 그리고 그 끝에 짓이겨진 손은. 나는 소리를 지르며 그를 붙잡았다.
"...선생, 이민우 선생!"
"아."
"진정해, 진정."
나를 마주 껴안는 이는 누구인가? 어두워 보이지 않았지만, 익숙한 손이 나의 등을 두들겼다. 아까와 달리 축축하지 않았다. 나는 그를 팔 아래로 손을 넣어 껴안고, 그의 약간 굽은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그의 걱정과 굳은살이 가득한 손이 조심스레 내 이마를 쓸어 올렸고, 나는 그제야 그의 얼굴에 한숨을 내뱉었다.
어느새 가운도 벗은 채, 내 침대 위에 올라와 내 팔을 베고 있는 그가 따뜻해서 그의 팔다리를 모두 내 팔다리와 엮은 채, 그의 이마에 내 이마를 대었다. 머리카락이 베일처럼 시야를 가리고, 나는 며칠 만에 보는 그의 눈동자를 질리지도 않고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내 눈동자를 응시하고, 그리고 말했다.
"괜찮아요?"
"네."
"악몽이라도 꿨나 보네."
자연스레 내 젖은 머리를 넘겨오는 그의 굳은살 밴 손이 사랑스러웠다. 아아, 꿈. 그런 불길한 것이 꿈이라는 그저 그런 존재여서 다행이다. 그가 내 품에 안겨 나를 올려다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까슬한 시트를 덮고, 내 품에서, 내 침대에서, 나를 올려다보는 그의 모습이 아침까지 싸웠었던 것 때문에 심란했던 내 기분을 모두 지웠다. 꿈도 희미해져서 사라져 버리고, 그저, 그가 내 곁에 먼저 찾아온 것이 기쁘고, 동시에 내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는 것도 감사해서 그의 몸을 꽉 껴안았다. 그가 답답하다면서 투덜대며, 꼬물대는 손으로 밀어내는 대로 밀려나, 그의 숙인 얼굴을 바라봤다. 어두워 잘 보이지가 않았다. 당신은 조금 내리깐 눈으로 말했다.
"그저께는 미안했어요, 내가 생각이 좀 짧았어. 둘이 밥 먹으러 가는 게 아니었는데."
"예? 뭐가... 아뇨. 은아쌤이랑 더 오래 지내셨잖아요. 그러실 수도 있는 거 알아요. 친구시기도 하고."
"그래도 오해 할 상황인 거 알아요. 그냥, 미안해요."
그 말을 하고 내 품에 꼬물꼬물 들어오는 모습이 마냥 귀여워서, 그의 너른 등 뒤로 손을 뻗어 그를 감쌌다. 둘 중 하나에게 콜이 들어오지 않는 한, 계속 이렇게 안고 있을 터였다.
피곤했는지, 그새 잠이 든 그를 편한 자세로 만들어 주고 그 옆에 누워 당신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틀 동안 마른 것 같기도 하고. 그의 뺨에 키스하자, 웅얼대며 내게 등을 돌렸다. 그 등을 껴안으며 그의 단단한 어깨에 눈썹을 붙였다. 그의 체취가 내 코를 부드럽게 휘감았고, 우리는 마치 멈춘 모래시계처럼. 나는 지금이 그 모래시계 안에 들어가 영원히 지속되는 순간이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찰칵이며 문이 열리고, 지친 누군가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두 뭉텅이가 누워있는 우리를 보더니, 뒤로 물러나 문을 닫고 나갔다. 내가 작게 웃는 것을 듣고, 내 품의 그가 잠에서 깨려는지 움찔거리기에, 나는 그를 토닥였다.
"괜찮으니까 더 주무세요. 저도 더 잘게요."
당구님 리퀘로 받은 인혁쌤이 인턴 기숙사에서 민우쌤 품에서 꿀잠자는 거......ㅋ......ㅋㅋㅋ....당구님은 막 달달하고 그런 거 생각하셨을 텐데ㅋㅋㅋㅋㅋㅋ 죄송합니다....ㅋㅋ....ㅋ...(허탈
아 근데 두사람 부럽다.....아...옆구리 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