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뮨
최김최 :: 귀단백석
annina
2015. 11. 28. 00:31
※약 고어 주의(유혈 있음)
차갑고 날카로운 길을 마저 걸어갔다. 비가 오는 중이었다. 도통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왜 그의 얼굴을 보려하지 않았지. 왜 그가 그런 말을 할 꺼라 여겼지. 그리곤 또 맨발인 채로, 아직 붉은 불이 켜져있는 여관으로 뛰어갔다. 저 앞에 누가 있는 지는 알고 있다. 그다. 얼마나 오래 나를 기다렸을까. 쓰고 있는 우산에 가려서 그의 얼굴이 안 보여 불안했다. 오, 거룩하신 하느님. 내 수단은 이미 젖어, 어딜지 모를 깊은 곳으로 회귀시키기라도 할 검은색 광택을 내고 있었다. 무거웠다.
"신부님."
지쳐 빠진 목소리가 내게서 서툴게 삐져나갔다. 우산을 침범해 그의 어깨를 잡을지 말지 고민했다. 웃는 것인지 우산이 조금 흔들렸다. 아무런 말 하지 않는 그에게 먼저 조바심이 나는 건 나였다.
"제가...언제 부터... 죠?"
우산이 젖혀지며 그의 얼굴이 보였다. 내게 돌아오라 했던 그 얼굴이었다. 나는 오히려 그걸 보자 슬슬 겁이 났다. 그동안 그가 다른 이와 말하던 모든 모습은 나를 등지고 하던 말이었다. 이번엔 내가 먼저 그런 말을 하려 하자, 그의 우산이 접혔다. 젖어가는 그의 마른 어깨가 눈에 띄였다. 그리고 젖은 옷감이 뺨에 스치는 차가움과 함께, 따뜻한 포옹이 밀려들어왔다.
냉한 몸에 닿는 그 온기에 나는 어쩔줄 모르고 그 자리에서 울고 말았다. 그걸 본 그가 사내놈이 뭘 질질 짜고 있냐고 타박을 주기에, 나는 그의 어깨를 더 움켜쥐었다.
"죄송해요. 죄송..."
"그래, 잘 끝났으면 됐다. 됐어. 지금은 옆에 있잖냐. 그러니 더는 멀리 가지 마라. 아가토."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더 울었던 것 같다. 빗소리는 선명하게 들려왔다.
-
"어린애랑 뭔 일을 하겠다고. 아서라, 범신아. 그러다 크게 다친다."
내 존재따위 존재하지 않는 양 말한 어느 신부가 그를 데려갔다. 나는 쫓아가야할지 어떨지 몰라 쭈볏대다가, 그의 작은 손짓에 펄럭이며 그의 뒤를 따랐다. 내가 뒤에 서있는 데도, 그 신부는 재잘재잘, 끊임없이 떠들어댔다. ...꼰대같은 소리들을.
"됐습니다, 신부님. 저 애는 제가 고른 놈입니다."
"그래서 그 때 보조사제들을 그렇게 돌려보냈어?"
"그 문제를 저 애랑 같이 해결했습니다. 중간에 도망도 가고, 문제가 많은 멍청이긴 합니다만."
그 신부는 그가 자신의 지적을 받아치자, 얼굴을 붉히더니 그의 어깨 넘어로 나를 흘겨보았다. 마주 노려보자, 오히려 그 신부는 나를 보며 웃었다. 그러더니, 나를 무시하고 그의 손을 붙잡고 무언갈 중얼대기 시작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가까웠으나, 도저히 알아 들을 수 없는 억양이었다. 중국어계열? 주제 넘지만, 그가 지도신부처럼 나를 감싼 것처럼 나도 그의 부제역을 확실히 하기 위해, 나서서 그에게서 신부의 손을 치워냈다. 그대로 그의 손을 잡아서는 그 신부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고 성당을 나왔다.
"뭐라고 했어요?"
"...별거 아니다."
"중국어 맞죠?"
그는 답이 없었지만 나는 크게 개의치 않는단 태도로 그를 대했다. 방언에 대해서나, 그가 나를 감싸면서도 흠을 말하는 거나 내가 참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이후에도 여러 사제들과 신도에게 내 험담을 해댔다. 지독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다. 첫만남과 첫구마 때에만 해도, 이 사람에 대해 판단이 선한 쪽으로 기울었었다. 그러나 며칠 전부터 그는 나를 그의 뒤에, 아까처럼 장식품처럼 서서 그를 내려다 보게 하며 내 이야기를 해댔다. 그는 아까처럼 내게 손짓 하나 하지 않은 채, 뭐가 그리 할말이 많은지, 나와는 그리 말이 많은 사람도 아니면서 또 떠벌리고 있는 것이다.
"신부님은 첫인상이랑 지금이 많이 다르네요."
"사람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 바뀔 게 있냐."
"앞 뒤가 다른 사람이 있기 마련 아닙니까."
"뭐, 그래서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오랜만에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다, 내가 입을 꾹 다물고 있자, 그는 이내 웃기 시작했다. 내 이야기를 하던 때와는 다른 듣기 좋은 목소리, 진심으로 즐거운게 느껴지는 웃음이었다. 수도의 길이란 건조하기 마련이라 생각했는데, 나는 그 색이 붉어지고 있다고 여겼다. 그 정도로 나를 흔들고 있는 사내였다. 세월의 차이일까. 내가 억지로 가라앉히려 노력하는 것들마저 그는 들쳐내어 도발했다. 그는 숨이 찬지 끅끅거리면서도 웃더니, 금방 정색하며 나를 바라봤다.
"네 마음대로 생각해라. 대신 옆에는 붙어 있고. 곧 내가 처리해줄테니."
그러면서 또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여전히 나를 등 뒤에 세운 채로 내 험담을 신도나 사제들과 나누면서.
필요한 걸 하나씩, 챙겨들면서... 나는 그와의 신뢰감에 대해 생각했다. 신뢰하느냐 묻는다면, 이전엔 믿을 수는 있었다고 답할 것 같았다. 애초에 얼렁뚱땅 진행했던 나의 첫 구마예식 때부터 그가 나를 신뢰하지 않았던 만큼, 나는 그를 신뢰하지 않았다. 그저 당시에 그 밖에 아는 사람이 없었기에, 그곳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정확히는 나를 믿은 것이다. 내가 돌아가고, 돌아간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기에. 그 상황이 그를 믿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상황이 해소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나는 그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신부님, 목록에 적어두신거랑 소금이랑 뭐, 이것저것 사뒀습니다. "
"빨리도 구해왔네. 주소도 알텐데 먼저 가있어. 세팅 해두면 더 좋고."
"예."
뚝하고 끊어지는 소리는 조금의 여운도 없었다. 두 번째, 목숨을 건 사투다. 그럼에는 나는 그의 여관방에 가는 것을 망설이고 있었다. 전의 경험이 나를 무섭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이곳에 뛰어들어 버리겠다고, 그 골목에서 그녀를 걸고 결정했다. 내 판돈이 그녀인 이상, 나는 이곳에서 발을 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라는 존재가 나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이런 의심을 품은 채 구마작업에 들어가도 되는 건가.
이번 부마자는 성인 여자였다. 그녀의 남동생이 정신를 읽고, 남자의 목소리를 낸다는 그녀에게로 우릴 인도했다. 제대로 닫기지 않는 낡은 문틈 새로 지독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분뇨 냄새와 가깝게 느껴지는 냄새를 피해, 구마의식 준비를 해나갔다. 그는 내가 전화한지 한참이나 지나 도착했다. 냄새 때문인지 콧등을 찡그리던 그는 나를 무시한 채 부마자의 동생과 가까운 거리에서 한참이나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그 모습을 본척만척하며 가방에서 성수를 꺼내들었다.
소금띠를 멀리한 채로 고개를 숙였다. 그를 대신해 그의 말을 사령에게 전하는 내 머리 위로, 단단하기 그지없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동안 그리 고생하며 외워온 구마예식에 쓰이는 구절들이 그의 입 속에서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튀어나왔다. 그의 목소리가 멈춰, 나 또한 입을 멈순 순간 그와 부마자가 외쳤다.
"더러운 년, 몇 명이나 붙어먹었지? 뒤로도 받아봤나? 젖탱이는 얼마나 큰지 한번 볼까. 크기도 크군. 그걸 흔들며 날 유혹하려고 했나?"
"낄낄 왜 신부님도 한번 따먹어 보고 싶나?"
그 거짓된 목소리들 사이를 겉도는, 기가 죽은 내 작은 목소리가 입이 아니라, 귀를 통해 들렸다. 다행스럽게도 그 뒤를 이어 그의 추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나는 다시 억센 소리로 그것을 사령에게 전하며, 고개를 들지 않으려 애썼다. 나는 담뱃물때문에 색소가 침착된 노란 장판을 유심히 보며, 기도했다. 다시 한 번 그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천박한 소리를 하는 사령의 목소리와 한치의 머뭇거림 없이 다시 한 번 기도문을 외는 그의 목소리가 이중창을 이뤘다. 그러나 내 기도는 효력도 없는 건지, 그 이중창은 방을 울리는 것 뿐만 아니라, 벽에 반사되어 내 귀, 내 뇌를 주무르고 있었다. 최종적으로 나는 그 노래에 홀려, 언제 멈춘 건지 모를 내 입을 포함해 손가락, 발가락, 심지어 고개 마저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이중창은 계속되고 있었다.
-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어느 쇼파에 누워있었다. 냉기가 허술하게 덮인 얇은 담요를 뚫고 들어와 몸을 떨게 만들었다. 널브러진 옷가지들과 잘린 지역 신문들, 그리고... 성경. 탑처럼 쌓인 담배꽁초 산이 탁자 앞에 놓여있었다. 나는 눈을 가린 채, 지옥을 떠올렸다. 그 곳도 여기 만하지는 못할텐데. 일어나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겨 들었다. 먼지가 쌓인 바구니에 그것들을 넣고선, 허물의 주인을 찾아나섰다. 어디 계시려나 우리 거룩하신 신부님은?
넓지 않은 집의 안방은 거실을 지나, 화장실이 있는 복도의 맨 안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화장실의 퀴퀴한 냄새를 머금고, 안방 손잡이를 잡아 돌리자-
방금의 부마자와 베드로 신부가 침대에서 몸을 겹치고 있었다.
흔들리고 있는 것은 어느 한사람 뿐만이 아니었다. 위에 있는 사람도, 아래에 있는 사람도, 매트리스가 찢어질 정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그 열기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으나, 몸을 돌려 방을 나갈 수도 없었다. 나를 인식한 것이 분명하건만, 두사람은 짐승 울음소리를 낼 뿐. 나를 흘겨보지도 않았다. 그러다, 위에 있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머리를 360도로 돌려 나를 바라보는 사람은 '그'였다. 이내 그의 목에서 뿌드득 거리는 소리가 나고, 고개가 떨어졌다. 밑에 있던 여자에게서 무기질한 비명이 나왔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그가 죽은 후부터, 몸을 움직일 수가 있었다. 뒷걸음질쳐 썩은 내가 나는 방을 나오자, 문 틈새로 하얀 손이 기어 나왔다. 그 손들은 여자 손 같지도, 남자 손 같지도 않았다. 누구의 손도 아닌 것들은 내 몸을 기어 올라와, 내 목을 부여잡았다. 나는 땀에 젖은 채, 그것들을 떨쳐낼 기력을 짜내지 못했다. 엉덩방아를 찧으며 나를 죽이는 사람을 보았다. 누군가 했더니. 그 손이 여자도 남자도 아닌 이유는, 그 사람이 이제는 이 곳에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가능성 마저 앗아간 사람. 내가 죽여버린 사람.
-
간밤의 꿈들은 그동안 꾸워 왔던 것과는 질이 달랐다. 그가 말했던, 선을 넘었단 건 이걸 말하는 것이었겠구나 싶었다. 오늘 나를 내보내며, 학장신부님은 정녕해야겠느냐고 그리 말했지만... 이미 나는 글러먹은 인간이었다. 그날, 그 낙엽더미에서 신발을 벗어던지며, 나는 인간의 굴레마저 벗어던진 것이다. 신이란 굴레 안에서, 인간을 버린 내 의지를 버리고 의존적으로 살려는 내 시도는, 김범신으로 인해 붕괴했다. 나는 이제 신과 동등한 입장에서, 그가 보는 시각에서 살아가야한다. 나는 또 다시 신을 섬기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
눈을 떴을 때, 그는 내 목을 조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남자였고, 내 책임 하에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그의 손을 떼어내고, 손에 잡히는 대로 그의 머리를 후려쳤다. 절망에 빠진 눈은 휘청대더니, 다시 나를 바라봤다. 시꺼맸다. 나는 그의 어깨 넘어로 부마자를 보았다. 부마자는 처음과 같이 눈을 감고 있었다. 언제부터 그 안에 있었는가. 나는 그제야 그가 성물이나 성수를 만지지 않았고, 소금띠를 만들기 전에 안으로 들어갔으며, 성당을 비롯해 교구 안에도 들어오지 않은 채 나오는 이들만 붙잡았단 걸 기억해냈다. 그렇다면 나와 함께 기도를 올리던 이는 누구인가. 누구...
"최준호, 준호야. 헛 짓거리 하지 마라."
귀에서도, 입에서도 같은 소리가 들렸고 나왔다. 하지만 이 작은 소리 직후에 그의 입이 열렸다가, 닫혔음에도 나는 그 사이에서 어떠한 말도 전해듣지 못했다. 무성영화를 보고 있었다. 변사辯士가 된 나는 그가 하고 있을 꺼라 예상되는 말을 대신 말했다.
"아이고, 우리 준호 말 잘 듣는다. 너도 개치고는 똑똑하단 말이지. 그 여자애만 안 물었으면 진작에 내 애완동물로 삼아줬을텐데. 안 그러냐? 이 살인마야."
다시 내 입에서 흘러나온 게 분명한 목소리는, 다시 내 귀로 흘러들어갔다. 귀를 통해 들은 걸 통해, 나는 소리없이 입을 움직이는 그가 이런 말을 했을 꺼라 확신했다. 다시 그가 내 어깨를 붙잡자, 나는 의자를 들어 그의 등을 향해 내리쳤다.
그의 깨진 머리에서 질척이며 피가 흘러나와, 내 맨발을 적셨다.
-
다시 정신이 들자, 나는 침대 위에 묶여있었다. 그는 내게 무어라 외쳤지만 나는 그가 보이지 않았다. 그가 정면에서 입을 벙긋거려도, 내게는 그곳이 아닌 다른 방향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네 이름을 밝혀라! 말해라! 왜 데리고 들어갔지?"
그 목소리는 세상에서 처음 들어본 낯설기 그지 없는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가 이어질 수록, 나는 의지와 상관 없이 튀어다녔다. 기름에 빠진 개구리나 되는 양, 성수를 적신 손가락이 내 머리를 누르자 나는 그에게 이를 세웠다. 내 움직임에 매트리스가 찢어질 듯 했으나, 그의 손은 멈추질 않았다. 내 입이 무언갈 이야기했으나, 나는 그것 또한 들리지 않았다. 몸에 갇힌 정신은 단지 낯선 목소리의 추궁을 받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토해내듯 무언갈 이야기 했을 때, 나는 그제야 진공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눈을 뜨고 있었음에도, 사물에는 다시끔 색채가 돌았다. 차 소리, 바람소리가 막혀있던 내 귀를 뚫었다. 그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익숙한 누군가를 보듯 나를 바라봤다.
"최준호 아가토."
"예... 여기..."
조여진 목에서 나는 소리는, 내 목소리가 아닌 비명을 지르던 여성의 목소리였다. 그는 내게 다시끔 다가와 성수에 젖은 손바닥으로 내 이마를 쓸어주었다.
"돌아가라. 우리 집에서 보자."
나는 몇번씩이나 정신을 잃기는 싫어, 그를 노려보다가... 그가 내 눈을 감기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까무룩 잠이 들었다.
-
굵은 빗줄기가 기숙사 창을 두드리며 장마를 알렸다. 수단을 입은 채로 책상에서 잠이 든 모양이었다. 스탠드 옆에 틀어놓은 카세트 테이프에서는 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되감기를 하자, 익숙한 사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와의 이중창... 나는 카세트테이프를 내동댕이 친 채, 누구에게 들릴 걱정도 하지 못한채 기숙사를 내달였다. 쿵쾅대며 계단을 내려와, 소란스런 기숙사를 등지고 담을 넘었다. 맨발로 나는 택시를 잡았다. 잔뜩 젖은 나를 태우지 않으려는 기사에게 가진 돈을 모두 쥐어주며 간절히 그의 집 주소를 대었다. 도착해서 내릴 때까지 나온 기사의 불평불만이 모두 나를 향하고 있었지만, 그 모든 것들은 내게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했다. 그저, 화가 났다. 왜, 혼자 모든 걸 처리하려고 했던 건지, 왜 부마되었던 나를 책하지 않았는지. 왜 이런 나약한 나를 고른 건지.
부마 따위나 되어, 자신의 신부를 죽이는, 그런 놈을 왜 구해냈는지.
--
???????????????에????
뭐쓴거야 미틴
에필로 생각 했던거
(나는 부마된 채 몇 주를 그의 곁에 있었다. 정확한 시점도 모른채, 대충 그가 내 험담을 하기 시작한 때였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도 있었다. 그것은 내 입을 빌어 그를 내게 욕보였다. 그러나 그를 죽인 것은 나였다. 그러므로 내가 그녈 위해 인간임을 버렸던 것처럼 나는 그를 위해 신을 버릴 것이다.)
차갑고 날카로운 길을 마저 걸어갔다. 비가 오는 중이었다. 도통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왜 그의 얼굴을 보려하지 않았지. 왜 그가 그런 말을 할 꺼라 여겼지. 그리곤 또 맨발인 채로, 아직 붉은 불이 켜져있는 여관으로 뛰어갔다. 저 앞에 누가 있는 지는 알고 있다. 그다. 얼마나 오래 나를 기다렸을까. 쓰고 있는 우산에 가려서 그의 얼굴이 안 보여 불안했다. 오, 거룩하신 하느님. 내 수단은 이미 젖어, 어딜지 모를 깊은 곳으로 회귀시키기라도 할 검은색 광택을 내고 있었다. 무거웠다.
"신부님."
지쳐 빠진 목소리가 내게서 서툴게 삐져나갔다. 우산을 침범해 그의 어깨를 잡을지 말지 고민했다. 웃는 것인지 우산이 조금 흔들렸다. 아무런 말 하지 않는 그에게 먼저 조바심이 나는 건 나였다.
"제가...언제 부터... 죠?"
우산이 젖혀지며 그의 얼굴이 보였다. 내게 돌아오라 했던 그 얼굴이었다. 나는 오히려 그걸 보자 슬슬 겁이 났다. 그동안 그가 다른 이와 말하던 모든 모습은 나를 등지고 하던 말이었다. 이번엔 내가 먼저 그런 말을 하려 하자, 그의 우산이 접혔다. 젖어가는 그의 마른 어깨가 눈에 띄였다. 그리고 젖은 옷감이 뺨에 스치는 차가움과 함께, 따뜻한 포옹이 밀려들어왔다.
냉한 몸에 닿는 그 온기에 나는 어쩔줄 모르고 그 자리에서 울고 말았다. 그걸 본 그가 사내놈이 뭘 질질 짜고 있냐고 타박을 주기에, 나는 그의 어깨를 더 움켜쥐었다.
"죄송해요. 죄송..."
"그래, 잘 끝났으면 됐다. 됐어. 지금은 옆에 있잖냐. 그러니 더는 멀리 가지 마라. 아가토."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더 울었던 것 같다. 빗소리는 선명하게 들려왔다.
-
"어린애랑 뭔 일을 하겠다고. 아서라, 범신아. 그러다 크게 다친다."
내 존재따위 존재하지 않는 양 말한 어느 신부가 그를 데려갔다. 나는 쫓아가야할지 어떨지 몰라 쭈볏대다가, 그의 작은 손짓에 펄럭이며 그의 뒤를 따랐다. 내가 뒤에 서있는 데도, 그 신부는 재잘재잘, 끊임없이 떠들어댔다. ...꼰대같은 소리들을.
"됐습니다, 신부님. 저 애는 제가 고른 놈입니다."
"그래서 그 때 보조사제들을 그렇게 돌려보냈어?"
"그 문제를 저 애랑 같이 해결했습니다. 중간에 도망도 가고, 문제가 많은 멍청이긴 합니다만."
그 신부는 그가 자신의 지적을 받아치자, 얼굴을 붉히더니 그의 어깨 넘어로 나를 흘겨보았다. 마주 노려보자, 오히려 그 신부는 나를 보며 웃었다. 그러더니, 나를 무시하고 그의 손을 붙잡고 무언갈 중얼대기 시작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가까웠으나, 도저히 알아 들을 수 없는 억양이었다. 중국어계열? 주제 넘지만, 그가 지도신부처럼 나를 감싼 것처럼 나도 그의 부제역을 확실히 하기 위해, 나서서 그에게서 신부의 손을 치워냈다. 그대로 그의 손을 잡아서는 그 신부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고 성당을 나왔다.
"뭐라고 했어요?"
"...별거 아니다."
"중국어 맞죠?"
그는 답이 없었지만 나는 크게 개의치 않는단 태도로 그를 대했다. 방언에 대해서나, 그가 나를 감싸면서도 흠을 말하는 거나 내가 참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이후에도 여러 사제들과 신도에게 내 험담을 해댔다. 지독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다. 첫만남과 첫구마 때에만 해도, 이 사람에 대해 판단이 선한 쪽으로 기울었었다. 그러나 며칠 전부터 그는 나를 그의 뒤에, 아까처럼 장식품처럼 서서 그를 내려다 보게 하며 내 이야기를 해댔다. 그는 아까처럼 내게 손짓 하나 하지 않은 채, 뭐가 그리 할말이 많은지, 나와는 그리 말이 많은 사람도 아니면서 또 떠벌리고 있는 것이다.
"신부님은 첫인상이랑 지금이 많이 다르네요."
"사람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 바뀔 게 있냐."
"앞 뒤가 다른 사람이 있기 마련 아닙니까."
"뭐, 그래서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오랜만에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다, 내가 입을 꾹 다물고 있자, 그는 이내 웃기 시작했다. 내 이야기를 하던 때와는 다른 듣기 좋은 목소리, 진심으로 즐거운게 느껴지는 웃음이었다. 수도의 길이란 건조하기 마련이라 생각했는데, 나는 그 색이 붉어지고 있다고 여겼다. 그 정도로 나를 흔들고 있는 사내였다. 세월의 차이일까. 내가 억지로 가라앉히려 노력하는 것들마저 그는 들쳐내어 도발했다. 그는 숨이 찬지 끅끅거리면서도 웃더니, 금방 정색하며 나를 바라봤다.
"네 마음대로 생각해라. 대신 옆에는 붙어 있고. 곧 내가 처리해줄테니."
그러면서 또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여전히 나를 등 뒤에 세운 채로 내 험담을 신도나 사제들과 나누면서.
필요한 걸 하나씩, 챙겨들면서... 나는 그와의 신뢰감에 대해 생각했다. 신뢰하느냐 묻는다면, 이전엔 믿을 수는 있었다고 답할 것 같았다. 애초에 얼렁뚱땅 진행했던 나의 첫 구마예식 때부터 그가 나를 신뢰하지 않았던 만큼, 나는 그를 신뢰하지 않았다. 그저 당시에 그 밖에 아는 사람이 없었기에, 그곳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정확히는 나를 믿은 것이다. 내가 돌아가고, 돌아간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기에. 그 상황이 그를 믿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상황이 해소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나는 그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신부님, 목록에 적어두신거랑 소금이랑 뭐, 이것저것 사뒀습니다. "
"빨리도 구해왔네. 주소도 알텐데 먼저 가있어. 세팅 해두면 더 좋고."
"예."
뚝하고 끊어지는 소리는 조금의 여운도 없었다. 두 번째, 목숨을 건 사투다. 그럼에는 나는 그의 여관방에 가는 것을 망설이고 있었다. 전의 경험이 나를 무섭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이곳에 뛰어들어 버리겠다고, 그 골목에서 그녀를 걸고 결정했다. 내 판돈이 그녀인 이상, 나는 이곳에서 발을 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라는 존재가 나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이런 의심을 품은 채 구마작업에 들어가도 되는 건가.
이번 부마자는 성인 여자였다. 그녀의 남동생이 정신를 읽고, 남자의 목소리를 낸다는 그녀에게로 우릴 인도했다. 제대로 닫기지 않는 낡은 문틈 새로 지독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분뇨 냄새와 가깝게 느껴지는 냄새를 피해, 구마의식 준비를 해나갔다. 그는 내가 전화한지 한참이나 지나 도착했다. 냄새 때문인지 콧등을 찡그리던 그는 나를 무시한 채 부마자의 동생과 가까운 거리에서 한참이나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그 모습을 본척만척하며 가방에서 성수를 꺼내들었다.
소금띠를 멀리한 채로 고개를 숙였다. 그를 대신해 그의 말을 사령에게 전하는 내 머리 위로, 단단하기 그지없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동안 그리 고생하며 외워온 구마예식에 쓰이는 구절들이 그의 입 속에서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튀어나왔다. 그의 목소리가 멈춰, 나 또한 입을 멈순 순간 그와 부마자가 외쳤다.
"더러운 년, 몇 명이나 붙어먹었지? 뒤로도 받아봤나? 젖탱이는 얼마나 큰지 한번 볼까. 크기도 크군. 그걸 흔들며 날 유혹하려고 했나?"
"낄낄 왜 신부님도 한번 따먹어 보고 싶나?"
그 거짓된 목소리들 사이를 겉도는, 기가 죽은 내 작은 목소리가 입이 아니라, 귀를 통해 들렸다. 다행스럽게도 그 뒤를 이어 그의 추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나는 다시 억센 소리로 그것을 사령에게 전하며, 고개를 들지 않으려 애썼다. 나는 담뱃물때문에 색소가 침착된 노란 장판을 유심히 보며, 기도했다. 다시 한 번 그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천박한 소리를 하는 사령의 목소리와 한치의 머뭇거림 없이 다시 한 번 기도문을 외는 그의 목소리가 이중창을 이뤘다. 그러나 내 기도는 효력도 없는 건지, 그 이중창은 방을 울리는 것 뿐만 아니라, 벽에 반사되어 내 귀, 내 뇌를 주무르고 있었다. 최종적으로 나는 그 노래에 홀려, 언제 멈춘 건지 모를 내 입을 포함해 손가락, 발가락, 심지어 고개 마저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이중창은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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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어느 쇼파에 누워있었다. 냉기가 허술하게 덮인 얇은 담요를 뚫고 들어와 몸을 떨게 만들었다. 널브러진 옷가지들과 잘린 지역 신문들, 그리고... 성경. 탑처럼 쌓인 담배꽁초 산이 탁자 앞에 놓여있었다. 나는 눈을 가린 채, 지옥을 떠올렸다. 그 곳도 여기 만하지는 못할텐데. 일어나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겨 들었다. 먼지가 쌓인 바구니에 그것들을 넣고선, 허물의 주인을 찾아나섰다. 어디 계시려나 우리 거룩하신 신부님은?
넓지 않은 집의 안방은 거실을 지나, 화장실이 있는 복도의 맨 안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화장실의 퀴퀴한 냄새를 머금고, 안방 손잡이를 잡아 돌리자-
방금의 부마자와 베드로 신부가 침대에서 몸을 겹치고 있었다.
흔들리고 있는 것은 어느 한사람 뿐만이 아니었다. 위에 있는 사람도, 아래에 있는 사람도, 매트리스가 찢어질 정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그 열기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으나, 몸을 돌려 방을 나갈 수도 없었다. 나를 인식한 것이 분명하건만, 두사람은 짐승 울음소리를 낼 뿐. 나를 흘겨보지도 않았다. 그러다, 위에 있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머리를 360도로 돌려 나를 바라보는 사람은 '그'였다. 이내 그의 목에서 뿌드득 거리는 소리가 나고, 고개가 떨어졌다. 밑에 있던 여자에게서 무기질한 비명이 나왔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그가 죽은 후부터, 몸을 움직일 수가 있었다. 뒷걸음질쳐 썩은 내가 나는 방을 나오자, 문 틈새로 하얀 손이 기어 나왔다. 그 손들은 여자 손 같지도, 남자 손 같지도 않았다. 누구의 손도 아닌 것들은 내 몸을 기어 올라와, 내 목을 부여잡았다. 나는 땀에 젖은 채, 그것들을 떨쳐낼 기력을 짜내지 못했다. 엉덩방아를 찧으며 나를 죽이는 사람을 보았다. 누군가 했더니. 그 손이 여자도 남자도 아닌 이유는, 그 사람이 이제는 이 곳에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가능성 마저 앗아간 사람. 내가 죽여버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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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의 꿈들은 그동안 꾸워 왔던 것과는 질이 달랐다. 그가 말했던, 선을 넘었단 건 이걸 말하는 것이었겠구나 싶었다. 오늘 나를 내보내며, 학장신부님은 정녕해야겠느냐고 그리 말했지만... 이미 나는 글러먹은 인간이었다. 그날, 그 낙엽더미에서 신발을 벗어던지며, 나는 인간의 굴레마저 벗어던진 것이다. 신이란 굴레 안에서, 인간을 버린 내 의지를 버리고 의존적으로 살려는 내 시도는, 김범신으로 인해 붕괴했다. 나는 이제 신과 동등한 입장에서, 그가 보는 시각에서 살아가야한다. 나는 또 다시 신을 섬기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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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 그는 내 목을 조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남자였고, 내 책임 하에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그의 손을 떼어내고, 손에 잡히는 대로 그의 머리를 후려쳤다. 절망에 빠진 눈은 휘청대더니, 다시 나를 바라봤다. 시꺼맸다. 나는 그의 어깨 넘어로 부마자를 보았다. 부마자는 처음과 같이 눈을 감고 있었다. 언제부터 그 안에 있었는가. 나는 그제야 그가 성물이나 성수를 만지지 않았고, 소금띠를 만들기 전에 안으로 들어갔으며, 성당을 비롯해 교구 안에도 들어오지 않은 채 나오는 이들만 붙잡았단 걸 기억해냈다. 그렇다면 나와 함께 기도를 올리던 이는 누구인가. 누구...
"최준호, 준호야. 헛 짓거리 하지 마라."
귀에서도, 입에서도 같은 소리가 들렸고 나왔다. 하지만 이 작은 소리 직후에 그의 입이 열렸다가, 닫혔음에도 나는 그 사이에서 어떠한 말도 전해듣지 못했다. 무성영화를 보고 있었다. 변사辯士가 된 나는 그가 하고 있을 꺼라 예상되는 말을 대신 말했다.
"아이고, 우리 준호 말 잘 듣는다. 너도 개치고는 똑똑하단 말이지. 그 여자애만 안 물었으면 진작에 내 애완동물로 삼아줬을텐데. 안 그러냐? 이 살인마야."
다시 내 입에서 흘러나온 게 분명한 목소리는, 다시 내 귀로 흘러들어갔다. 귀를 통해 들은 걸 통해, 나는 소리없이 입을 움직이는 그가 이런 말을 했을 꺼라 확신했다. 다시 그가 내 어깨를 붙잡자, 나는 의자를 들어 그의 등을 향해 내리쳤다.
그의 깨진 머리에서 질척이며 피가 흘러나와, 내 맨발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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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정신이 들자, 나는 침대 위에 묶여있었다. 그는 내게 무어라 외쳤지만 나는 그가 보이지 않았다. 그가 정면에서 입을 벙긋거려도, 내게는 그곳이 아닌 다른 방향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네 이름을 밝혀라! 말해라! 왜 데리고 들어갔지?"
그 목소리는 세상에서 처음 들어본 낯설기 그지 없는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가 이어질 수록, 나는 의지와 상관 없이 튀어다녔다. 기름에 빠진 개구리나 되는 양, 성수를 적신 손가락이 내 머리를 누르자 나는 그에게 이를 세웠다. 내 움직임에 매트리스가 찢어질 듯 했으나, 그의 손은 멈추질 않았다. 내 입이 무언갈 이야기했으나, 나는 그것 또한 들리지 않았다. 몸에 갇힌 정신은 단지 낯선 목소리의 추궁을 받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토해내듯 무언갈 이야기 했을 때, 나는 그제야 진공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눈을 뜨고 있었음에도, 사물에는 다시끔 색채가 돌았다. 차 소리, 바람소리가 막혀있던 내 귀를 뚫었다. 그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익숙한 누군가를 보듯 나를 바라봤다.
"최준호 아가토."
"예... 여기..."
조여진 목에서 나는 소리는, 내 목소리가 아닌 비명을 지르던 여성의 목소리였다. 그는 내게 다시끔 다가와 성수에 젖은 손바닥으로 내 이마를 쓸어주었다.
"돌아가라. 우리 집에서 보자."
나는 몇번씩이나 정신을 잃기는 싫어, 그를 노려보다가... 그가 내 눈을 감기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까무룩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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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빗줄기가 기숙사 창을 두드리며 장마를 알렸다. 수단을 입은 채로 책상에서 잠이 든 모양이었다. 스탠드 옆에 틀어놓은 카세트 테이프에서는 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되감기를 하자, 익숙한 사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와의 이중창... 나는 카세트테이프를 내동댕이 친 채, 누구에게 들릴 걱정도 하지 못한채 기숙사를 내달였다. 쿵쾅대며 계단을 내려와, 소란스런 기숙사를 등지고 담을 넘었다. 맨발로 나는 택시를 잡았다. 잔뜩 젖은 나를 태우지 않으려는 기사에게 가진 돈을 모두 쥐어주며 간절히 그의 집 주소를 대었다. 도착해서 내릴 때까지 나온 기사의 불평불만이 모두 나를 향하고 있었지만, 그 모든 것들은 내게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했다. 그저, 화가 났다. 왜, 혼자 모든 걸 처리하려고 했던 건지, 왜 부마되었던 나를 책하지 않았는지. 왜 이런 나약한 나를 고른 건지.
부마 따위나 되어, 자신의 신부를 죽이는, 그런 놈을 왜 구해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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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뭐쓴거야 미틴
에필로 생각 했던거
(나는 부마된 채 몇 주를 그의 곁에 있었다. 정확한 시점도 모른채, 대충 그가 내 험담을 하기 시작한 때였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도 있었다. 그것은 내 입을 빌어 그를 내게 욕보였다. 그러나 그를 죽인 것은 나였다. 그러므로 내가 그녈 위해 인간임을 버렸던 것처럼 나는 그를 위해 신을 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