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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나쁜녀석들

정문구탁 :: Rollback

※AU주의






몇년을 걸쳐, 만나온 사람이었다.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원한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러나, 참았다. 오구탁이라는, 이 사람과의 현재 관계를 부수고 싶지 않았기에. 자신이 무언가를 했다면, 그랬다면, 지금까지 오구탁과 자신의 관계가 산산히 무너져 내릴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랬기에, 가만히 있었다. 그와의 만남은, 몇 안되는 소중히 여기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 묶여있는 남자는 누구인가. 오구탁. 나지막히 부르자, 고개를 드는 것은 분명 그가 맞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이었다. 눈빛부터 시작하여, 입꼬리, 자세 등.

혀를 차며, 피가 섞인 침을 뱉은 오구탁은 다가오는 이정문을 바라보았다. 저 눈에 자신을 향한 선망의 빛이 서려 있던 것을 보는 게 좋았다. 손을 뻗어 늘 그랬듯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저 무뚝뚝한 얼굴이, 저를 보고 슬며시 웃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이제, 끝이라는 것을 안다. 뒤로 묶인 손을 쥐었다 풀었다. 전문가가 아닌 이가 묶은 매듭은, 오구탁에게 얼마나 쉬운가.

이정문은 오구탁과 눈을 마주했다. 그 안에 든 건 뭐지? 입을 열어 물었다. 당장이라도, 그에게 손대고 싶은 것을 참고 있었다. 이정문은 손바닥에 파고드는 손톱의 감각이 생경하지 않았다. 오구탁에 대한 욕구를 참을 때는, 늘 같은 곳에 힘을 주었다.

배신감. 배신감? 이정문은 웃었다. 오구탁은 막 매듭을 풀곤, 혼자 웃는 이정문을 올려다 보았다. 오구탁에게, 눈은 언제나 거짓말을 하는 도구다. 그러나 이정문의 눈은, 오구탁은 그 눈이 거짓을 비추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늘, 안쪽까지 비치는 그 것이, 오늘은 탁하기만 했다. 빛이 들어오지 않아서. 오구탁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자신 때문에, 이정문이 망가졌다 생각하기 싫었던 탓에.

이정문은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굳이, 더 이상 유지 할 수도 없는 이 관계를 위해, 참아야할 필요가 있나? 머리 속이, 정신 없이 점열하다, 팍-하고, 퓨즈가 나갔다. 그럴 필요가 있나?
오구탁의 등을 눌러 박으며, 이정문은 아쉬웠다. 왜 진작 이렇게 하지 않았지? 그의 벗은 몸을 쓰다듬었다.


이미 풀린 손 그대로, 낡은 침대의 시트를 붙잡았다. 흔들리는 몸이 힘들지 않을 리가 없지만, 그리 나쁜 기분만도 아니었다. 도망가려면, 그것은 쉬운 일이었다. 단지, 그러고 싶지 않을 뿐. 이 모든 것이 의도된 것이란 걸 깨달은 직후의 행동으로는 봐줄만 했다. 몇년동안 속여오며, 왠지 이런 상황이 닥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고. 그래,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것은, 이정문이기에. 행위 자체가 억지로 이루어 졌다고 해도, 오구탁은 순종했다. 이것이 너에 대한 책임이라고 하는 듯이. 이정문은 오구탁의 눈을 원했다. 예전의, 그 눈 자신이 좋아했던 그 눈을. 하지만, 거짓은 원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제 그 눈을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단지, 몸만을 탐하며 이정문은 오구탁을 눌렀다. 자신이 오구탁을 원하던 감정이 집착이 되어버렸다는 것은 모르고.


모든 것이 끝나고, 오구탁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이정문은 그 자리에 없었다. 풀린지 오래인 손은, 자유롭게 움직였다. 더 이상 남은 것은 없었다. 이곳에 남아야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오구탁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흘러내리는 것들을 닦아내고, 속옷은 반으로 찢어져 있었기에, 다행히 멀쩡한 바지에 다리를 넣었다. 목이 늘어난 티셔츠에 머리를 집어 넣으며, 창살로 고정된 창문을 바라보았다. 창살 한쪽 귀퉁이의 나사가 풀려, 덜컹거렸다. 쉽게 풀릴 것 같아서 오구탁은 한숨을 쉬었다.

미리 숨겨둔 전화기로, 오구탁이 아직 기억하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 위화감이 드는 목소리란. 오구탁은 나무 사이로 걸어갔다. 차가 들어오려면, 도로가 있는 곳으로 나가야했다.

오구탁은 저 미끈한 차의 주인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 차가 유려하게 그의 앞에 서자, 묻지도 않고 조수석의 문을 열었다. 오랜만이네요. 하고 웃는 얼굴이, 여전히 기분 나쁜 만큼 인공적이었다.
그러게말입니다. 하고, 대답하며 시트에 몸을 묻었다.

본부로 가는 길에, 오구탁은 잠이 들었다 깨었다. 이정문과 살며, 둔해졌던 감각은 이미 제자리를 찾아 돌아온지 꽤 되었다. 그래서, 오구탁은 자신의 위로 겹쳐진 오재원을 올려다 보았다.
뭐 합니까?
아뇨, 불편하게 주무시길래.
등받이를 내려드리려구요. 하며 손을 뻗어 레버를 당기는 손이. 오구탁은 실소했다. 오재원도 그에 따라 웃었지만, 오구탁의 위에서 내려가지 않았다. 눈를 맞춰가며 따라오는 시선은, 마치 뱀과 같았다. 구석구석.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즐거우셨습니까? 오구탁씨.
오구탁이라 말하며 웃음을 참는 오재원을 바라보았다. 손을 들어 그의 목에 팔을 걸었다.
그래서, 하시겠습니까. 오재원씨.
물음표는 없었다. 단지, 심심풀이.


본부에 들어오자 마자, 모든 보고를 하고, 휴가를 받았다. 실로 몇년만의 집이었다. 관리하는 아줌마를 둔 탓에 먼지가 앉고 하지는 않았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 집보다는, 이정문과 함께 지내던 그 집이 더 익숙했다. 오면서 사온 것들로 대충 끼니를 때우고, 침대에 누웠다. 차가운 냄새가 났다. 이곳의 모든 것이 몸서리가 쳐질만큼 싫었지만, 참았다. 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정문은, 오구탁의 모든 짐가지를 가지고, 오구탁을 둔 방에 들어오자 마자 그것들을 방치해둘 수 밖에 없었다. 부서진 창문 밖 창살이, 그리고. 오구탁이 없어진, 차가운 방이. 이정문은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는 소리를 지르는 법을 몰랐다.


오구탁을 찾아가는 길은, 쉽지만은 않았다. 오구탁이 빼돌린 정보 탓에, 이정문의 주위가 무너져갔다. 이정문은 그것들에 직접적인 피해는 받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것은, 이정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 정도의 거물이 아니라는, 송사리라는 의미인가? 그리고 동시에 안도감을 느꼈다. 마치 오구탁이 자신의 곁에 있을 때와 같이. 배려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기도 했다. 자신을 생각한다고. 마치, 이정문, 자신이 오구탁을 생각하는 것과 같이.

오구탁은 이정문 주위의 소식을 하나도 빠짐없이 들었다. 굳이 오구탁이 알고 싶지 않아하더라도, 유미영이 의무라 느끼는 듯이, 그에게 전해주는 탓에. 오구탁은 이정문의 피해가 없다는 것을 듣고, 그저 다행이라 여겼다. 그저, 다행이라. 자신이 이정문을 완전히 망가트리지 않았다는 사실만이, 다행으로 여겨졌다. 이 먼곳에서, 자신이 아직 이정문을 걱정한다는 사실 또한.




다시 마주쳤을 때, 오구탁은 장기 투입 후 였기에 그에 걸맞는 휴가를 누리며, 여행을 하던 중이었고. 이정문은 그런 그를 되찾으러 온. 우연이 아닌 만남이었다.
당신을 가지기 위해 왔어.
난 물건이 아니야, 정문아.
그런건, 상관없어.
당신은 물건이야. 내 손을 벗어난 순간부터, 당신이 선택한 거야. 오구탁은 이정문의 품에서 그런 말을 들었지만, 벗어나지 않았다. 조금만 손을 뻗으면 바지에 칼이 있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이정문이 너무 따뜻했다. 차가운 것 따윈 생각나지 않을 만큼.

이런 관계를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정문은 오구탁의 잠든 뺨을 만졌다. 이렇게 잘 자면서 어떻게 스파이짓을 했을까. 이마에 입을 맞추고, 다시 봤을 때도 잠에 푹 빠져, 오히려 이정문 쪽으로 몸을 틀었다. 이정문은 그를 끌어 안고 다시 잠을 청했다.


꿈에서, 그와 같이 지내던 시절이 나왔다. 애정이 기반된, 서로만을 위하던 그 관계가. 그와 부드럽게 키스하고, 잘 다녀왔냐고 인사하고, 껴안고, 데이트를 하고, 같이 웃으며, 반지를 나눠끼고. 그제야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크게 상관 있을까? 뭐가 다르다고. 잠에서 깨어 그의 목을 깨물어 자국을 내었다. 놀라 깨어, 움찔이는 그를 누르고, 그의 온 몸에 자국을 새겼다.

오구탁은 이정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전에 그러했듯이.










스파이 짓을 할 때의 오구탁과 이정문은 유사부자 관계로, 5~7년 간을 같이 보냄. 유명 정치인의 아들인 이정문을 연줄로 그런 이들과 접촉해 정보를 빼냈지만, 오구탁은 이정문을 정말 아꼈고, 막판에는 이정문 감정에 동화되어서 사랑에 가까웠던 것.

오재원과는 스파이 짓을 하기 전부터, 오래된 섹스파트너. 오구탁이 오재원을 곁에 두는 유일한 이유는, 언제 자신이 기분이 나쁜지 잘 알기 때문.




아, 어쨌거나 트위터에 썰 푸는 거 너무 재밌음. 앞 부분은 실시간으로 트위터에 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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