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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나쁜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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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구탁 :: Rollback ※AU주의 몇년을 걸쳐, 만나온 사람이었다.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원한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러나, 참았다. 오구탁이라는, 이 사람과의 현재 관계를 부수고 싶지 않았기에. 자신이 무언가를 했다면, 그랬다면, 지금까지 오구탁과 자신의 관계가 산산히 무너져 내릴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랬기에, 가만히 있었다. 그와의 만남은, 몇 안되는 소중히 여기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 묶여있는 남자는 누구인가. 오구탁. 나지막히 부르자, 고개를 드는 것은 분명 그가 맞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이었다. 눈빛부터 시작하여, 입꼬리, 자세 등. 혀를 차며, 피가 섞인 침을 뱉은 오구탁은 다가오는 이정문을 바라보았다. 저 눈에 자신을 향한 선망의 빛이 서려 있던 것을 보는 게 좋았다. 손..
정문구탁 :: 책 내가 왜 교수노릇을 해야하냐 이거야. 당신 나이는 되야 의심 사지 않을 테니까. 내가 나이가 많아서 그렇다? 구탁은 정문의 쇼파에 기대며, 정문의 전공서적을 뒤적였다. 정문은 구탁의 맞은 편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경을 낀 구탁은, 앞부분을 넘기고 중간부터 두꺼운 책을 읽다가, 책을 덮었다. 정문도 구탁에게 설명할 걸 생각하며 자신의 책을 읽다, 구탁을 바라보았다. 구탁은 끼고 있던 안경을 올리고 눈을 비볐다. 왜 그래?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 구탁은 자신이 멍청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책에 적힌 활자들은 읽으면 읽을 수록 꼬이고 핑그르르 돌아갔다. 황망히 정문를 바라보니, 정문은 구탁에게 손을 내밀곤 읽던 책을 달라 했다. 구탁이 몸을 기대있던 책을 건내자, 정문은 가방에서 ..
정문구탁 :: 민박 "지랄 맞은 날씨네. 지연아, 빨리 들어가자." "진짜 퍼붓네, 퍼부어. 어, 앞에 누구 서 있는 거 아냐?" 양손에 든 짐을 고쳐 들며 지연이가 받쳐 든 우산 안에서 본 건, 낯익은 실루엣의 남자였다. 이렇게나 비가 오는데도, 우산은커녕 뒤에 달린 후드조차 쓰지 않고 이쪽을 바라보는. "이 방이 제일 작은 방인데, 오늘 밤만 묵을 겁니까?" "아마도." 짐도 하나 없이, 맨몸인 남자는 신발을 벗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발바닥이 젖어 있으면 방이 더러워지니까 닦고 들어라가로 하려 했지만, 신기하게 남자의 발걸음에 물기는 없었다. 나는 무심코 남자를 따라 들어가, "말려 줄 테니까, 옷 다 주십쇼. 갈아입을 옷은 가져다 놓을 테니까." 원래 이렇게, 오지랖 넓은 사람이 아니네 뭐네 하며 남자의 옷을 받았다..
정문구탁 :: 열정 1. HATEFUCK 이 새끼가, 아... 얼마 전에 깎아서 아직 거친 손톱을 이정문의 어깨에 박는 오구탁. 두 사람은 어스름한 하늘을 끼고, 침대도 아닌 쇼파에 몸을 붙이고 있었다. 이정문은 오구탁이 무슨 말을 하든지 간에, 움직임을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오구탁이 어떤 단발마를 지르던지, 저항하던지, 다 듣고, 맞으면서도 그와 관련된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그의 사랑은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그걸 사랑이라고 부를 수나 있을까, 하고 오구탁은 종종 생각하곤 했지만 그런 생각을 이어 나갈수록 비참해지는 것은 자신이었기에 어느 순간부터 그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정문은 구탁의 머리채를 잡은 채로 말했다. "당신도 나한테 하고 싶은 대로 해." 그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