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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한니발

윌니발 :: 용서







전 당신을 용서할 생각입니다.

당신이 내게한 그 모든, 짓거리들도.

그러니, 당신도 날 용서해야할겁니다.



한니발은 순간 암전되는 시야에, 생각만으로 혀를 찼다. 어쩐지 너무 가까이 있는다고 했더니. 윌은 손을 뻗어 쓰러진 한니발의 감긴 눈 위로 손을 덮었다. 그럴꺼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한니발의 피부 또한 인간의 피부였다. 그리고 그것은 저보다 따뜻했다.


습기가 차, 기분 좋지만은 않은 기상이었다. 춥지는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불쾌해지는 곳이었다. 눈을 떠도, 캄캄한 것은 마치 장님이 된 것만 같았다. 신체적 구속이라는 것을 싫어했지만, 그가 선사하는 것이라면 좋게 받아들이기로 하고 몸에 힘을 풀었다. 의도를 모르는 입장에서 먼저 움직이는 게 좋지도 못하고, 무엇보다 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가 제일 궁금했다. 그걸 위해서라면 잠시 묶여 있는 정도야.


호기심, 그는 그것 때문에 스스로를 사지에 빠뜨린 적이 몇번이나 있었다. 그 때마다 유유히 빠져나가곤 했지만, 윌은 유리벽 너머 의자에 묶인 한니발을 보았다. 그의 목소리를 듣지 않을 터였기에, 이곳은 철저히 방음이 되는 구조로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윌은 그의 입모양을 보고도, 그가 하는 말을.

윌, 절 죽이실 건가요?

들을 수 있었다.


한니발은 윌이 지금 이 공간에는 없지만, 자신을 보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는 것에 집에 있는 고급브랜드의 식칼을 다 걸수도 있었다. 그리고, 곧.

닥터 렉터.

들어와, 자신을 추궁하리란 것도. 그러나 문제는, 무엇을 추궁하려는 것일까. 윌은 자신을 납치하며, 그것이 내게 아무런 소용은 없지만, 용서한다고 했는데 이제와 무엇을? 한니발은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틀었다. 묶인 몸이 슬슬 저려왔다. 깊게 묶인 손목을 비틀자 발소리가 들렸다. 싸구려 신발이었지만, 한니발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가 윌에게 바라는 것은, 온갖 명품으로 치장된 겉모습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 내용물에 관심이 있었다. 진화될 수 있는, 번데기. 한니발이 이제야 막 감싸 놓은 막은, 부화를 위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했으나, 한니발 자신도 그 안에서 무엇이 나올지, 그것에 대해선 무지했다.

그리고 윌은 한니발의 안대를 벗겼다.


한니발은 안대가 벗겨져도, 눈을 뜨지 않았다. 윌이 보기에 그 모습은 마치, 하느님에게 모든 것을 바친 수녀들이 기도를 하듯이, 가증스러워보였다.

눈을 뜨기가 무섭나요?
네, 솔직히 그렇군요.

절대 본심이 아닐 말을 하며, 천천히 눈껍풀을 밀어올린 한니발의 눈 빛은 정확히 윌의 눈을 향했다. 윌은 그 눈을 바라보며, 많은 것을 보았으나, 이내 그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렸다. 한니발이, 무엇을 생각하든지 윌은 그 이상을 해줄 생각이었다. 개화한 자신을 받아줄 수 있는 것은 그 뿐이었으니.

한니발.

윌은 한니발의 의자 앞으로 다가갔다. 또 다시, 한니발은 윌을 올려다 보았다. 윌은 넘어질 때 난 것인지, 한니발의 뺨 가장가리가 살짝 긁힌 것을 보았다. 순간 윌의 머리 속에 든 생각은, 스크레치가 나버렸군. 하는, 지극히 이성적인 반응이었다. 그리고, 한니발을 자신의 소유로 두는.

책임을 지셔야 하겠습니다.

한니발은 뺨을 훑는 윌의 손가락이 거슬렸다. 원체 누가 닿는 것을 싫어했기에, 거슬리는 정도라면 버틸만 했다. 한니발은 윌이 왜 자신을 데려온 것인지 눈치를 챘다. 용서의 댓가는 화풀이용 인형이라는 것이었다. 용기가 가상하게도, 윌은 자신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꺼라고 여기고 있었다. 자신을 두부분으로 나눠 생활 할 수 있다고. 한니발은 윌이 언제 무너질지, 아니면...

저와 같이, 살아갈지

호기심이 일었다.


흉터와 피딱지가 가득 있는 한니발의 목덜미는, 그럼에도 유려했다. 윌은 그 목을 붙잡고 물었다. 잇 속으로 박히는 그의 살점이 느껴졌다. 한니발은 몇번의 시도 끝에, 더는 신음을 내지 않게 되었다. 생리적인 움츠림 밖에. 윌은 한니발의 입에 물린 재갈을 벗겨내었다. 입 안을 맴도는 그의 피가 기분 좋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그를 부수고 싶다는 욕망도.

윌, 더 잘할 수 있잖아요. 당신은 할 수 있어요.

그것이 앞에 앉아있는 한니발의 목소리인지, 아니면 윌 자신의 안에서 조종수 역활을 하는 한니발의 목소리인지. 윌은 구분하지 못했다. 하루에도 수십번, 아니 수백번은 들리는 목소리가 윌을 미치게 하는 거라고, 윌은 생각했다. 이 모든 것들이 한니발로 인해 일어난 일임을. 윌은 뇌염 치료를 받았으나, 목소리도, 충동도 사라지지 않았다.

오직 남아 있는 건, 한니발. 그 뿐이었다.


한니발은 한참을 윌에게 시달리다가, 윌이 나간 직후, 온 몸에 나 있는 잇자국을 보았다. 그 와중에도 살점을 물어 뜯은 게 없다는 것이, 한니발은 윌의 자제력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데, 종아리에 난 상처에서 자꾸만 피가 흘러나왔다. 몇 걸음 가지 못해 주저 앉아 버렸다. 한니발은 한숨을 쉬곤, 다시 일어나 약상자가 있는 벽으로 다가갔다. 온 몸에 마사지하듯이 지혈제를 뿌리고, 거즈를 대서 붕대나, 밴드를 붙였다. 이렇게 까지 하더라도, 내일 윌이 들어올때쯤이면 사워를 해야하니 제대로 아무는 상처는 잘 없었다. 진물이 터지는 건 예삿일이고, 자고 일어나면 잇자국이 벌어지기도 하고, 아직 왼쪽 팔은 힘이 잘 들어가지 앉았다.

묶이지 않은 한니발은, 사실 언제나 이 곳을 나갈 수 있었다. 약상자가 있는 책상 밑에 넣어둔 철사는 충분히 자물쇠를 공략할 수 있을 정도 였다. 그러나, 한니발은 기다리고 있었다. 무언가 일어나기를.

일어나 터져버리길. 윌이 온전히 욕망에 정신과 몸을 맡기는 순간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 결과가 어찌하던, 한니발은 자신을 희생시킬 생각도 할 수 있었다. 윌이 이야기한 용서란, 이런 것일 테니.


윌은 화장실에 와 자신의 입에서 떨어지는 한니발의 피를 보고 있었다. 하얀 세면대 위로 핏방울이 굴러갔다. 윌은 점차, 피로 물든 한니발을 보고 싶어졌다. 그의 다리를 가르고, 목을 부수고, 그리고 그걸, 하나도 남김 없이 먹어버리고 싶었다. 윌은 떨어지는 핏방울도 아까운 듯이 입을 다물었다. 삼키는 것은 침이 아닌, 한니발의 피였다.


그런 며칠이 또 지나고, 한니발은 윌애게서 다른 냄새를 맡았다. 자신의 상담역인 여자가 쓰던 고급 향수 냄새. 그 브랜드도, 품명도 알았지만 한니발은 입을 닫았다. 자신이 추궁하지 않아도, 윌은 스스로 제게

한니발, 당신은 이걸 기대하고 있겠죠.

다가오는 윌에게선, 피냄새가 났다. 이 방에서 나갈때만 나던 그 향은, 한니발과의 것과는 다른, 더 질척한 향이었다. 한니발은 그 향을 음미하며, 침대에 누워있었다. 모로 누워 윌을 바라보자, 윌은 그의 침대 위에 앉아왔다. 진한 피냄새가, 한니발을 괴롭혔다. 인육을 먹지 않은 지도, 꽤나 지났으니. 그러나, 굳이 그러지 않더라도 한니발은 참을 수 있었다. 단지 참지 못하는 것은, 윌 혼자 뿐이었다.

윌은 한니발이 무엇을 기다리는 지, 잘 알았다. 햇빛 아래를 걷다보면, 윌은 종종 충동이 들곤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잘 억누르는 편이었다. 그 여자를 보기 전까지는. 그 여자는, 윌은 그 여자를 처음 보았다. 그 처음본 여자가 눈에 들어온 이유는 바로 향수. 그 향수가, 윌을 돌아보게 했다. 가끔씩 한니발에게서 나던 여자 향수. 그 냄새가 나는 순간, 윌은 참지 못하고 여자를 따라갔다.

그 향수가 주문제작한 것도 아니고, 여자는 다른 사람일 터였지만 한니발은 윌이 그 여자를 택했다는 것이 좀 의문스러웠다. 알라나랑 닮았었나? 한니발은 자신의 위로 몸을 겹쳐오는 윌이, 더이상 자신을 깨물거나 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다. 한니발은 손을 들어, 윌의 입가에 묻은 다른 여자의 피를 닦아주었다. 이제야 첫 발을 뗐다. 좀 더 지켜봐야 겠지만, 시작은 성공적이었다. 첫 비상을 한 것이다. 바람을 타고 어디에 내릴지, 한니발은 다시 즐거워졌다.














중간에 쓰다 잠들었습니다. 횡설수설 하구, 맞춤법도 많이 틀립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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