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아재

그래상식 :: 뱀파이어








1.
상식은 입 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그리고 그는 손에 쥐고 있는 축 늘어진 동물의 사체를 땅에 묻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지던, 얼마나 오래 살아왔던, 이 빌어먹을 것은 저를 놓지 않을 것이다. 상식은 이미 오래 전, 피를 먹지 않기 위해 하던 노력을 그만 두었다. 생존이란, 그의 유전자에 박힌, 기본 체제였던 탓이다.

상식은 모래로 손에 묻은 피를 닦아내곤, 걸음을 재촉했다. 내일 회사에 출근하려면 빨리 돌아가 준비하는 것이 맞았다. 자신이 햇볕에 타 죽는 약한 흡혈귀가 아닌 데에 감사하는 유일한, 아니 숙취가 없다는 점을 포함하면 유이한 장점인 것이다. 상식은 사람이 없는 새벽 도로를 달리며 헤드라이트를 켜고 있지 않다가, 문뜩 그것을 깨닫곤 헤드라이트를 켰다. 길 앞을 비추는 빛은, 상식의 눈 안으로 강렬히 들어오지 못했다. 빛이 있던 없던 앞을 볼 수 있는 상식에게, 라이트 만큼이나 쓸모 없는 것이 있을까.

상식은 집에 돌아와, 입고 있던 까만 야상을 세탁기에 넣어버리곤 양복으로 갖춰 입었다. 넥타이를 멜까말까하다 목이 죄는 느낌이 싫어,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가방을 들고 차에 타자, 핸들에 남은 핏자국이 신경쓰여 상식은 옆 좌석에 놔둔 향균 물티슈로 그것을 꼼꼼히 닦아 내었다.

회사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장그래가 입구에서 허겁지겁 뛰어오고 있었다. 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먼저 올라 타, 열림버튼은 누르고 있으니 이윽고 장그래가 들어왔다. 내게 고맙다고 말하고 고개를 숙이는데, 유난히 하얀 목덜미가 보였다. 방금 피를 먹고온 탓에 별 생각은 없이, 목이 참 곱게 생겼네. 따위의 생각을 했다. 마치, 고기를 도축하는 백정처럼. 그 어떤 백정도, 자신이 죽인 가축을 바라보고 고것 참 맛있겠네. 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터였다. 그저 예쁘네, 하고.

상식은 자신의 자리로 들어가며, 아침 일찍 온 듯한 동식이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장그래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이 느껴져, 업무지시를 하곤, 내 의자에 앉았다.


상식은 해가 지는 것을 시계나 창 밖을 보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긴 세월동안 태양과 상식은 서로를 경계하며 살아왔다. 자외선은 언제나 상식을 태우려 애썼고, 주로 낮에 활동하는 상식은 그 것을 보충하기 위해 더욱 많은 피를 먹어야 했다.

다행히 남은 잡무가 없기도 했고, 얼마 전 부서에서 큰 건을 해결했기에, 상식이 회식을 가자고 했지만 대리는 오랜만에 본 동창과 약속이 있다 하고, 과장은 옛 동료와의 약속이 있다나. 세상 참 바쁘게 산다고 한 소리하고 돌아서는 데 장그래가 파티션 옆에 서 있었다. 그의 어깨를 치며 나중에 먹자고 하려는 데, 장그래는 내 팔을 붙잡곤 둘이서 가는건가요? 하고 물어왔다. 묘하게 기대하는 말투라,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도, 술에는 약한 편이었다. 그 탓에 쉽게 죽을 뻔한 적도 있었지만, 나는 술을 좋아했다. 그래서 늘 술과 가까이하는 곳을 찾아다녔다. 양조장, 바텐더, 소믈리에... 어쨌거나, 영업팀이란 건 그 누구보다 술을 쉽게 마시는 직업이었다.

상식은 자신의 어깨를 감싼게, 누군지 몰랐다. 정신은 멀쩡한데, 몸을 가눌수 없었다. 손을 들어 머리 옆을 건드리자, 그 팔을 붙잡아오는 또 다른 손이 있었다. 상식은 그 쪽으로 몸을 기대곤 기분이 좋아 히죽거렸다. 그리고 살내음이 났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전히 시야는 흔들리지만, 그건 장그래였다. 무심코 목에 코를 댄 모양이었다. 만약 좀 더 술에 취했거나, 아침 새벽에 피를 빨지 않았더라면 그를 붙잡고 이를 박았을 지도 몰랐다. 상식은 그에게서 기댄 몸을 떼 한 발자국 물러났다.

상식은 원래부터 자제력이 약한 편이었기에, 이런 일이 나타나면 늘 당황스러웠다. 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 뒷걸음질 치자 그래는 그를 따라와 허리를 감쌌다. 그게 또 무척 자연스러워서, 상식은 다시 빼지도 못한 채 큰 길까지 그래의 목을 보며 걸어가야했다. 머리는 핑핑도는 데, 냄새는 점점 심해져만 갔다. 허기는 생기지 않았는 데도 그 냄새가, 묘하게 익숙한 게 상식은 평소와 다름을 느꼈다. 아무리 자신의 자제력이 약하다 해도 바로 오늘 아침에 피를 마셨는데, 벌써 이렇게 냄새가 심해질 수는 없는 것이었다.

상식은 그래의 손으로 택시 뒷자리에 구겨 넣어진 채 고개를 숙였다. 이제 됐겠지, 하고 고개를 드는 데, 장그래도 그의 옆자리에 올라탔다.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하는 상식의 어깨를 붙잡고, 그래는 저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상식의 집이 어디인지 알면서도.

상식은 택시기사의 거친 운전에 토기가 쏠리는 걸 느꼈다. 한참 힘들어 하자, 그래가 등을 쓸어주면서 상식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상식은 다시 풀린 눈으로 그래에게 완전히 기대 있었다. 아침부터 설친 후라, 잠도 부족했었다. 누구나 생각하듯이 흡혈귀는 무적이 아니었다.


상식은 택시에서 내리자 마자 전봇대을 붙잡고 속을 가라앉혔다. 그래가 괜찮으시냐며, 등허리를 쓸어 줄 수록 속이 편안해졌다. 차라리 토했으면, 술이라도 깰탠데. 상식은 점점 가라앉는 토기에 한숨을 셨다. 다시 휘청거리면서 몸을 일으키자, 그래가 부축을 하려 다가왔다. 내가 아니라면서 손을 휘저었지만, 그 것 마저 불안해 보였는지 내 팔을 잡아왔다.

상식은 지금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는 채, 그래의 발걸음에 맞추어 따라갔다. 상식의 옛친구는 상식 더러 정이 많다고 했지만, 그 친구가 죽을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상식은 그렇진 않다고 생각했다.

어느 집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상식은 저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지고 말았다. 그래가 자신을 부축했지만 이상하게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동물 피를 오래 마셔온 상식은, 체질적으로 햇빛에 강한 것을 제외하곤, 거의 인간과 흡사해져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쉽게 취하고, 인간에게 유혹 당할 리가 없었다.

흡혈귀 기준으로는, 말도 안돼는...

상식은 목덜미가 따끔하는 것을 느꼈다. 주저앉은 자신에게, 장그래가 내려와 목덜미를 문 것이다.


상식은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잡고 있는 장그래에게 물러나란 말도 못한채, 움직이질 못했다. 거진 인간에 가까운 상식에게, 장그래가 인간에게 하듯이 마취제를 부은 탓이다. 그리고 목덜미에 낸 구멍으로 장그래가 피를 머금은 순간, 그는 상식을 두고 뒤로 물러났다.

상식은 가까스로 손을 들어 목덜미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막았다. 손을 흠뻑 적실 정도로 계속해서 나오는 그것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마취제 뿐만 아니라 다른 것 때문인지, 아니면 과다출혈인지 상식은 점점 그래의 얼굴이 가까워보였다.











2.
그래는 처음으로 다른 뱀파이어를 보았다. 어릴때부터 뱀파이어이던 장그래는, 피의 섭취 없이도 정상적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시각은, 밝음과 어둠이 구분가지 않는 시각은 언제나 그에게 실수의 빌미를 제공했다. 인간인 어머니는 자신을 유일하게 이해하는 안내자였다. 장그래는 언제나 그의 어머니를 아꼈다.

장그래는 바둑을 좋아했다. 빛과는 상관 없이, 그것들은 오롯하게 흑과 백으로 나뉘어져 있었으니까.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식 날, 장그래는 바둑을 둘 수 없게 되었다. 빛과는 다른 문제가 생겼다. 그와 다른 이들을 구분 짓는 또 다른 문제가.

피에 대한 욕구는, 피는. 장그래가 처음 피냄새를 맡은 곳은, 구급차 안이었다. 어머니가 다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교통사고가 난 현장에서 얻어탄 어머니가 실린 구급차. 그 곳에서 처음 피냄새를 맡은 장그래는 실신했다. 너무 강렬한 충격은 이성은 마비시키기 마련이었지만, 장그래는 그저 기절했다.

몇 분 뒤 깨어나서, 장그래는 자신이 무엇을 느꼈는 지 무엇을 할 뻔 했는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리고, 눈 앞에 있는 '것'에 대한 충동이 없어졌단 것도. 이어져 삐-하고 울리는 심박수는.


그 이후로, 장그래는 연속적으로 살인에 가까운 행위들을 했다. '본능적'으로 알게된 사냥법들은, 그래가 잡히지 않게 해주었다. 뱀파이어의 피냄새는 인간을 홀릴 수 있게 해주었고, 그의 침은 마취제와 항혈액응고제 역할을 했다. 장그래는 지금껏 여자를 잡아 키스하는 척 하며 흡혈을 했다. 죽기 직전까지 빨면, 그 여자는 몇일 뒤 영양실조로 사망했다.

그럼에도, 장그래는 죄책감이 없었다. 언제나 여자들을 뒷골목에서 골라 그 자리에서 흡혈을 하곤, 버려두고 떠났다.


그러니, 상식은 예외였다.

위험하다고 본능이 말했지만, 그 날 아침에 장그래는 향수병에 자기 피를 푼 물을 담아 몸에 뿌렸다. 보통 향수 뿌리듯이 목에. 퇴근시간에 상식을 따라가 납치할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자신 위에 두명이 빠져주는 바람에 장그래는 훨신 일이 쉬워졌다.

피냄새 탓인지, 상식은 빠르게 잔을 비워갔다. 그래가 할 일은 그저 그의 잔이 비지 않게 하는 것 뿐이었다. 술집에 오게 되었을 때부터 한 예상대로, 상식은 두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그래에게 기대게 되었다. 그래는 상식과 가까운 곳에 아주, 아주 가벼운 생채기를 냈다. 사냥 때에 팔을 긋다 싶이 하는 것과는 다르게.


그래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상식을 노려왔다. 아니 노려왔다라는 것은 좀 다를 지도 모른다. 그래는 상식을 자신이 이전에 해쳐왔던 '것'과는 다르게 대하고 있었다. 좋은 말로 파트너, 나쁘게는 가축으로 삼을 생각 이었다. 그래의 집에 두고, 죽이지 않고 상식의 피를 빠는. 그래의 입장에선 지극히 로맨틱한 관계였다. 성인이 되고 나서 없어진 동등한 '사람'과의 관계란, 그래가 쉽사리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뱀파이어로의 각성 후, 장그래는 이전의 '사람'이 아니었다.


택시를 잡으러 큰 길로 가는 길에, 목에 상처가 술을 마시는 동안 아물어 있어 피딱지를 긁어 다시 피를 냈다. 얌전히 제게 안겨 있던 상식은 그 냄새를 맡았는지, 부르르 몸을 떨더니 격하게 나를 피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생존본능인지 저를 피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가가 허리를 들다싶이 껴안고 택시를 잡았다.

택시를 잡자마자, 뒷좌석에 탄 그는 꽤나 술이 깬 듯 했다. 내가 그 옆에 타자, 특유의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목적지는 당연히 내 집이였고, 내가 느끼기에도 좀 거칠은 기사의 운전에 상식은 멀미가 나는지 머리를 짚곤 밖을 바라봤다. 나는 목에 낸 생체기를 좀 더 넓게 뜯었다. 이내 그의 눈이 반쯤 감기고, 내게 매달려 왔다. 따뜻한 몸이 마음에 들어 그의 팔을 내 목에 감았다.

정확히 내 집 앞에 멈춘 택시에서 내리자 마자, 그는 전봇대를 붙잡았다. 내 피에 취했으면서 잘도 멀미를 한다 싶어, 옆에 쭈그려 앉아 그의 등을 쓸어 주었다. 금방이라도 토할 듯이 굴며 그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젖은 눈은 너무 매혹적이었다. 나는 그의 발개진 눈가를 쓸어 올리며, 휘청이는 그를 붙잡았다.

집에 들어서는 데, 아침에 향수병에 피를 푼다고 상처를 내놓고 나머지 피는 마당에 뿌렸던 것이 기억 났다. 옆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지는 그를 부축했다. 문을 닫고 그를 보니, 쓰러진 그는 눈을 감고 있었다. 기절한 건지, 자고 있는 건지 아님, 그저 눈만 감은 것인지.


그래는 젖혀진 상식의 목덜미가 눈에 띄였다. 직장인 답게 햇빛에 그을리지 못한 목은 하얗기만 했다.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젖혀 받쳤다. 손가락을 간질이는 머리카락이 기분 좋게만 느껴졌다. 술냄새만 나던 상식의 목덜미에 얼굴을 들이밀수록 그의 냄새가 났다. 다른 '사람'과는 다른 유혹하는 향기가 그래를 자극했다.

장그래는 송곳니를 빼 오상식의 목에 박았다.

침을 흘려넣고, 그가 마취되길 기다렸다. 수초가 지나고, 상식의 목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의 피냄새가 퍼지길 기다릴 새도 없이, 빨간색이 보이자마자 그래는 달려들어 상식의 목을 빨아들였다.


그래는 상식의 목에서 떨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리곤 뒤로 물러났다. 놀랐지만 멍한 눈의 상식은 움직일 수 없어야 하지만 천천히 손을 들어 그의 목을 막았다. 항혈액응고제가 들은 그래의 침 탓에, 힘도 들어가지 않은 상식이 아무리 눌러봐야 피는 멈출줄 모르고 흘러나와 상식의 손을 적셨다.

그래가 너무 많이 나오는 피에 놀라 다가가자, 상식의 머리가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더니 쓰러졌다.


원래 상식을 가둬두려 했던 방에 상식을 끌어 눕히자, 그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상식이 흘린 피가 상식에게로 달려들고 있었다. 목의 상처는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아물었다. 그래가 그 피를 찍어 맛보자, 역시 '사람'의 피가 아니었다. 쓸 정도로 비린 피는, 그래의 인생에 처음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어찌되었건, 제일 먼저 나타난 '인간'일 수도 있었다. 상식이 무엇이던간에.


눈을 뜬 상식은, 목을 만져 보았다. 술은 이미 깬지 오래였다. 그는 술에 취하는 것도, 깨는 것도 빨랐다. 상식의 생각대로 목은 아무런 자국이 남아있지 않았다. 상식은 주변을 둘러보곤, 의아해졌다. 그래의 집이라고 하기엔 아무 것도 없었다. 고작해야 이불 한세트. 그리고 이상하게 생긴 문.

손잡이가 없는 문은, 두들겨도 열릴 것 같지는 않았다. 아랫쪽에 달린 작은 틈은, 감옥 배식구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상식은 생각했다. 덜컹이는 그것을 열어 상식은 밖을 보았다. 낮은 아니었다. 기절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듯 해서, 상식은 일어난 이불 위에 다시 앉았다.

그래가 흡혈귀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상식은 지금껏 살아오며, 많은 흡혈귀를 보아왔다. 그 중에는 그가 만든 이도 있었고, 그가 만든 이가 만든 이도 있었다. 상식은 자신이 아는 최초의 뱀파이어였다. 안타깝게도 인간이었던 때의 기억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상식은 그 공허를 가끔씩 느낄 뿐이었다.

상식은 막연히, 그래가 흡혈귀가 된지 많이 지나지 않았음을 '알았'다. 덜컹거리며 문이 울렸다. 열고 들어온 것은 편안 차림을 한 장그래였다. 장그래는 품에 라면 두그릇이 들린 상을 가지고 들어왔다.

차장님, 라면 먹으실꺼죠?
...배는 고픈데.

그래는 상식에게 조금 더 많은 그릇을 내어주었다. 상식은 그래의 빛나는 눈이 두려워 라면에 코를 박았다. 조금만 더 생각 했더라면, 헤롱했던 것이 흡혈귀의 피냄새 탓이었다는 것을 알아챘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며 상식은 젓가락을 저었다. 잘 끓이지는 못했지만, 애초에 '이런' 음식에 대한 욕구가 적은 상식은 불평없이 허기를 달랬다.

물어 보고 싶은게 있으면 말을 해.
물어봐도 되나요? 차장님, 저...

그 뒤로 붙을 말이 대충 예상이 갔다. 상식은 뭐라 물을 지 단어를 고르는 듯한 그래를 물끄러미 보다, 다리를 모아 기댔다.

흡혈귀고, 삼천살 넘게 살았고, 지금은 원인터네셔널 차장이지. 또 뭐가 궁금해?
삼천살.

그래는 놀란 듯 눈을 껌벅이더니 상식을 바라보았다.

이게 물어보려고 했던건데, 어떻게 하면...

차장님의 피를 먹을 수 있을까요? 그 말을 듣자 마자, 상식은 자리에서 일어나 열린 문으로 뛰어갔다. 물론 문 쪽에 앉아 있던 것은 그래였기에, 상식은 그래의 손에 붙잡힐 수 밖에 없었다.

놔, 놓으라고 이 미친놈이...!
차장님, 진정하세요, 진정.

한동안 날뛰니, 그래는 절 안에 두고 밖에서 문을 잠궜다. 창 하나 없는 방은,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세상에 어떤 미친 흡혈귀가 흡혈귀를 먹으려 들어?! 그동안 살아오며 한번도 없던 일이었다. 제노사이드라면 꽤 있었지만, 저런 변태는 처음이었다.


그래는 상식을 가둔 방문 앞에 기대 앉아 고민했다. 굳이 참으라고 한다면 상식의 피를 못 먹지는 않겠다 싶었다.

로맨틱한 관계. 장그래는 오상식을 가둬두고 파트너, 가축으로 삼을 계획을 버리지 않았다. 그것이 오롯하게 장그래가 오상식을 '소유'할 수 있는 관계였으니까.











으...으잉? 뭘 쓴걸까요. 진단메이커에 오상식 돌리니까 세계를 창조한 뱀파이어였나. 그게 떠서 써봤습니다. 이 뒤에 누가 이어줬으면 좋겠다. 동거하는 걸로.

'T > 아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브인혁 :: 출혈  (0) 2015.03.09
그래상식 :: 지각  (0) 2015.03.07
그래상식 :: 발렌타인데이 2015   (0) 2015.02.15
그래상식 :: 베일  (0) 2015.02.08
그래상식 :: 문자메시지  (0) 2015.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