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으로는 풀리지 않는 감정이 있다. 젠장, 제기랄. 아무리 토해내도 바싹 마른 가슴은 더 내놓을 게 없단 식으로 굴어댔고, 손은 피 범벅이다. 씻어도 씻기지 않는 녹색 피. 참을 수 없는 비린 내에 양손에 얼굴을 묻었다.
가슴 한복판이 터진 시체는 티끌하나 없을 멸균실에 가둬진 채였다. 심장을 비껴나가게 꿰뚫린 사이로, 펄쩍이는 심장이 보인다. 더, 조금만... 그러나 유리벽은 단단해서 더는 손을 넣을 수가 없었다. 인간의 주먹은 이 유리 한짝 부수지 못할테지만, 네 심장이 뛰는 것에 맞춰 주먹을 휘둘렀다. 방안은 아직도 네 심장 소리로 가득했다. 차갑고, 뜨겁고, 느리거나 빠른. 나와는 다른 모양새를 한 채 아직도 뛰고 있는 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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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도 장수와 번영이 있기를.
네 마지막은 언제나 그랬듯 제 멋대로였다. 인간 반쪽은 어디로 갔는지, 단 한 순간도 너는 네가 틀렸단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그건 인간 몫일지도 모르지. 오만한 네 자신은 너 아닌 다른 사람을 신경쓰지 못했다. 죽고난 다음 비게될 부함장 자리와 슬퍼할 크루들, 5년이 넘게 생사를 함께한 브릿지 녀석들이 네 빈자릴 얼마나 그리워할지.
화면이 용암으로 가득찬다. 워프실에서 전송될 널 기다리며 입술을 뜯는 나는 네 화면이 보지 못한 채, 브릿지가 비명으로 차는 걸 그저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스팍, 스팍! 커뮤니케이터도 녹았을까. 너는 답이 없었다. 시체마저 녹아내릴 용암은 더 타오른다. 녹색 피는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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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코더는 유리벽 넘어 네 시체를 스캔했다. 백일몽이다. 너는 날 대신해서 맞은 낙석에 죽었는데, 난 널 그렇게 보내고 싶지 않은가보다. 손에 닿지도 않았던 곳에서 죽었다고. 스팍, 난 아무래도 멀쩡하게 장수와 번영은 물 건너 간 것 같다. 하긴 너도... 이런 꼴로 장수와 번영을 보내느니 차라리 죽는게 나을텐데. 외부 자극으로 겨우 뛰는 심장은 가슴 한복판에 뚫린 구멍을 메꾸는 코팅제를 타고 피를 흘렸다. 녹색 피가 하늘을 난다. 네 얼굴에 그 피가 묻든 말든 너는 얌전히 자고 있다.
뉴 벌칸은 몇 남지 않은, 반쪽짜리이긴 해도 젊고 유망한 동족을 위해 기술 유출 정도는 별 것 아는 것처럼 굴었다. 네가 깨어 있었다면 분명 동의 하지 않았을 일이지. 안 그래? 네 몸이 욕창을 막기 위해 하늘을 빙글 돈다. 피는 다시 하늘을 날다 내 앞 유리에 넓게 퍼진다. 청소로봇이 그를 닦으며 나와 눈이 마주친다. 잠시 동안 나는 너 아닌 다른 것을 본다. 네 피가 가득한. 스스로 닦을 수는 없는 로봇. 나 같네. 저 면상에 침을 뱉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온 방에는 사이렌이 울리고, 너는 눈을 떴다. 시끄런 소리는 이곳의 모든 벌칸이 모일 때까지 꺼지지 않는다. 너는 유영하듯 내려와, 유리벽 사이로 나와 손을 겹쳤다. 또 비린내가 난다. 벌칸인들의 피냄새다. 가까이 내려온 네 배 사이로 심장이 펄쩍이는 게 보였다. 내게 피를 뒤집어 씌웠던 그 상처다. 주먹이 거뜬히 들어갈 구멍은 피를 뿜는다. 차마 견디지 못하고 나는 네 얼굴 위로 침을 밷는다. 유리벽에 막힌 내 가래침덩이는 네 피를 따라 아래로 내려간다.
녹색, 녹색 위로 붉은 색은 너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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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병에 걸린 본즈를 지키느라 치명상 입은 스팍이 본즈가 죽기 전에 벌칸의 생명유지장치 안에서 깨어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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