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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뮨

최김/준호범신 :: 하얗게 젖은


※ 성적 단어 출현 주의










초겨울, 때 늦은 낙옆들이 바닥에 채일 만큼 쌓여있었다. 비질을 하며 시린 손을 비비고 있자, 어느 신도가 딱해보였는지 내 손에 핫팩을 쥐어 주곤 손을 흔들며 떠났다. 이제야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핫팩을 통해 냉골같았던 손가락이 제대로 굽어지기까지는 한참이나 걸렸다. 그러나 그 온기가 좋아서 한동안 그걸 쥐고 비질을 멈춰있었다.

미사가 끝난 성당은 구석부터 열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초가 가득한 곳으로 걸어가자면, 베드로 신부님이 어느 꼬마 아이와 웃으며 이야기 하고 있었고 꼬마의 부모는 꼬마를 두고 짧은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결국 칭얼대는 아이를 안아든 그가 겨우 나를 시야에 넣었다 싶자, 아이는 그의 수단을 그러 쥐며 또 무어라 했다. 앞니가 없는 아이의 높은 목소리가 따뜻한 곳만은 채웠다. 차가운 곳에 서있는 나는 그저 추울 뿐이었다. 주머니에 든 핫팩도, 그 무엇도 나를 저 안으로 밀어 넣어주지 못했다.

사제관에 있을 숙소를 두고 우리는 굳이 성당 앞 여관에서 잠을 청했다. 구마사제인 우리가 새벽에 혹여 피라도 묻히고 있다면, 사제관에 들어갈 수은 없는 노릇이 아니냐며 김신부님은 나를 데리고 익숙하게 자신의 여관으로 들어갔다. 여관의 이용객이 보통 두사람이 한방이듯, 우리는 한 세트의 이불을 깔고 그 위로 두개의 베개를 얹었다. 나란히 놓인 굳은 솜의 베개는 텁텁하게 남자 둘을 맞이했다.

새벽 같이 일어나 씻고선 추리닝을 입고 서 있으면 그는 하품을 하며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낡은 주제에 쓸데없이 반투명히 내부가 보이는 욕실을 나는 토할듯이 바라보았다. 옷가지가 벗겨지고 샤워를 하고... 물기를 닦는 그 10분 남짓에 나는 그 실루엣을 가지고 수음했다. 그가 수증기와 나오면 나는 하얗게 젖은 휴지를 손에 넘치게 잡은 뒤 먼저 가겠다며 자리를 떴다. 그러면 그는 창문은 왜 열어 놨냐며 그 하얀 몸을 부르르 떨며 욕실을 나섰다. 신발을 고쳐 신는 척 하며 그 모습까지 보고 난 후에야, 나는 문을 닫고 여관을 나왔다.

저 마른 나무를 발로 차버리면 저 위에 있는 낙옆까지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을텐데. 미사가 끝나고 열기와 함께 나오는 신도들에게 인사하며 나는 다시 꽁꽁대는 손을 비볐다. 이전에 핫팩을 주신 신도님이 이번엔 무슨 비닐봉지를 건냈다. 열기가 폴폴 올라오는 걸보니 방금 밖에서 사오신 모양이었다. 손사례를 치다,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 신도님은 다시 온기를 머금으며 웃더니 손을 흔드시고 떠났다. 나는 그 비닐봉지를 보물이라도 되는 양 껴안고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초가 온길 지키고 있는 곳엔 여전히 그가 서있었다. 십자갈 올려다 보는 그에게 비닐봉지에서 부스럭대며 호빵을 하나 건내었다. 주변에서 서성대는 이들에게도 하나씩 건내어주니, 내 것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아직 온기가 가득한  비닐봉지를 접어 성당 밖으로 나가려 하자, 그가 내게 호빵 반개를 나누어 주었다. 그 안에서 하얗게 휘청대는 연기가 까만 앙꼬로 부터 올라왔다. 하얀 겉 살이, 까만 앙꼬가 누굴 생각 나게 했다. 겉 속이 다른, 누군갈. 하얀 살이 창을 닫고, 내 손에 토해진 하얀 게 그의 하얀 속과 만나게 되는 날과

오늘과 같이 까만 수단의 그는 절대로 교차되지 못할 평행선이었다.

나 또한 수단을 입은 채, 우리는 같이 십자가를 올려다 보았다. 퉁퉁 언 손가락은 따스한 호빵에 점차 녹았지만, 아이의 목소리가 없어선지 알맹이는 아직도 차가운 곳에 있었다. 따스한 수증기가 내뿜어나오는 여관방을 뒤로 하고, 사람이 없는 시장통을 걸을 때 손에 쥔 하얗게 젖은 휴지가 얼마나 차가운지. 까만 그와, 까만 나는 절대로 알아서는 안됨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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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일때 그 신자님께 감사하다며 먼저 인사를 했다. 별꺼 아니라며 웃으신 그 분은 이내 성당 안으로 들어가셨다. 나는 또 다시 그와, 그의 주변 초들을 바라보다 이번엔 온기가 가득한 곳으로, 스스로 발을 옮겼다. 까만 나와, 까만 그가 알 수 없는 세계를 무시하고, 나는 이제 그 여관방에는 가지 않을 터였다. 그 물소리와 수음이 동일 시 되는 일이 없도록, 그와 같은 이불을 덮거나 하는 일 또한 없을 것이다. 나는 이제 그를 바라보지 않고, 그를 지나쳐 높으신 분을 바라보게 될 것이라 다짐했다.

차가운 사제관에서 뒤척이며, 나는 이불 속에서 누군갈 그렸다. 싱글사이즈의 이불은 내게 너무나 작았고, 너무나 넓었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 벽은 생소했고 나를 외딴 곳에 떨어뜨렸다. 아무런 왁자지껄도 없는 곳에, 나는 또 다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지 않으려고 이곳이 와서, 그를 그리며 나는 눈을 감았다.

거칠게 문을 열고 들어온 그가 비몽사몽인 나를 일으켜 세웠다. 급한 부마 소식이 있었다. 나는 서둘러 수단을 입으며 그를 엿보았다. 잠이라도 설친 듯 충혈된 눈이 선명했다. 도구들이 든 가방을 들어 올리며 나는 그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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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범벅이 된 우리는 아침까지 서롤 지켜주었다. 까만 수단은 너무나 빠르게 피를 머금었고, 결국 나는 또 다시 그 여관으로 향했다. 무엇이 생략되어 있음에도, 우리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나는 버릇처럼 먼저 샤워를 하고나와 그가 씻으러 들어가길 기다렸다. 그가 내 젖은 머릴 쓰다듬고, 고생했다며 욕실로 들어가자, 나는 그제야 다시 악몽이 시작됨을 보았다. 참지 못하고 결국 나는 처음으로, 그가 욕실에서 나오기 전에 그 여관을 나섰다. 추운 겨울에, 편의점에 들어가 날을 세우다, 눈이 띈 호빵을 사들고 그의 여관방에 돌아갔다. 똑똑이는 소리에 이르게 그의 문이 열렸다. 핏줄이 터진 그의 눈이 안쓰러웠다. 왜 못 주무셨어요. 너는 머리 다 얼었다, 멍청아. 이거나 드세요. 내가 내미는 것을 들어 올리며, 그는 왜 하나냐고 다시 타박했다. 그를 지나 방 안으로 들어가자, 거기엔 다시 한 세트의 이불과 두개의 베개가 놓여 있었다. 그는 다시 내게 호빵을 갈라 주었고, 나는 하얀 살을 베어물었다.

내가 다시는 베어물거나, 보지 못할 하얀 살과
나와 당신이 평생 지녀야 할 검은 것들을 목구멍 가득히 삼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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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주제 [호빵]
야한거 쓰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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