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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뮨

조윤중호 :: 화분(花粉)

지독한 분내가 났다. 윤은 가만히, 낯설지 않은 냄새를 쫓아 걸었다. 시각화된 냄새, 혹은 후각화된 모습이 긴 벤치에 들어 누워 있는 걸 보고, 윤은 햇빛을 가리듯 그의 위를 덮었다. 짧게 속삭이는 말에, 미동도 없이 잠든 듯 했던 이가 발악하듯 일어나 윤을 죽일 듯 보았다. 윤은 그저 그런 그의 헝크러진 머리를 쓰다듬고, 옷깃을 정리해주었다. 그리고 떠나는 발걸음은 언제나보다 조금 더 즐거웠고, 더할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중호는 조윤의 입술이 닿았던 귓바퀴를 떼어낼 듯 긁으며 떨어진 신문을 집어 올렸다. 어울리지 못한 신문은 맨 앞장만 겨우 중호의 시선을 끌었을 뿐, 발행되던 때에 눌려진 그대로 모습을 유지하고있었다. 그저  중호의 햇빛가리개 용으로 나마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고, 중호는 그런 신문의 용도가 꽤나 마음에 들어 그를 접어 옆구리에 끼고 일어났다. 신문지 부스럭대는 소리에 근처 노숙자가 일어나 그의 손을 애타게 바라보고 있었다. 중호는 윤의 손이 닿았던 머리를 북북 헝크리고 접은 신문질 두고 노을 가득한 자릴 떴다. 중호는 해가 지면, 다시 포주질을 하러 자신이 태어난 좁디 좁고, 네온사인으로 가득한 곳에 돌아가야했다.

그가 처음으로 여자를 팔아본 건, 며칠 남지 않은 생일을 기다리고 있는 유년기 때였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블럭을 가지고 놀던 중호는, 비뚤게 쓴 글씨로 전화번호를 적고, 책상을 기어올라 자신이 본 제일 예쁜 누나에게 전활 걸었다. 그 누나는 크게 웃고는, 조금 울기도 했고, 나중에 만나서는 사탕을 쥐어주고 같이 놀이공원에 가기도 하였다. 담배냄새가 묵직해 갑갑한 사무실이 싫었던 탓에, 중호는 그 누나가 내민 하얀 손을 따라 자주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유년기의 좋은 기억은 모두 그녀와 함께한 기억 뿐이었고, 그 마저도 다시 그녀에게 모르는 남자의 번호를 불러준 이후로는 사라져버렸다. 나중에 그가 그녈 기억해 내어 찾았을 때, 그녀는 중호가 받게한 그 남자에게 죽도록 맞아 죽은 후였다. 평범했고, 시시했고, 중호는 그날 밤부터 눈물이 없어졌다. 사무실 사람들이 남자를 데려와 때려 돈을 받던, 혹은 그러지 않던 간에. 중호에게 손을 내밀 이가 사라졌음은 변함이 없었으니. 오히려 이후에는 그러한 일들을 묵인하고 단지 자신과 관련되지 않게 유념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이 밑바닥으로 돌아오게 되었음에도, 중호는 스스로에게 더는 면죄부를 주지 않았다. 그저 무지, 태생의 성향처럼 그는 사람을 팔았다. 그건 그가 돈을 원하기 때문도 아니었고, 그러한 일들을 즐기기 때문도 아니었고, 그저 그가 그리 태어났기 때문이었다. 팔고, 팔리던 사람들 사이에서 태어나, 그 사이에서 커왔고, 그 또한 그들과 같은 이들이란 걸 잘 알기에. 단지 그가 팔리는 사람이 아니기에, 팔고 있을 뿐이었다.

한 발자국만 잘못 디뎠으면 그는 그가 부리는 사람들처럼 팔리는 몸이었을 것이란 걸 중호는 잘 알고 있었다. 더는 보지 않을 위나 밖을 향했던 이의 말로가 고작해야 이러한 거였다니. 경찰정복을 입은 낡고 바랜 사진을 지갑에서 빼어 보며 중호는 그것을 서랍에 넣었다. 어떤 미련이 있기라도 했던가. 이제 생각해보면, 그것들을 걷어찬 건 스스로였음에도 한동안 그에 대한 책임을 다른 곳에 두고 살았던 듯 했다.

...6, 70 넘은 노인네도 아니고. 중호는 고갤 저으며 사진을 구겨놓고 전활 들었다. 오늘은 간만에 분냄새가 나는 품 속에서 잠들고 싶었다.


-


아니, 씨발, 놓으라고.

제대로 바지도 걸치지 못하고 끌려 나와, 중호는 생에 처음으로 오픈카란 것에 태워졌다. 자신에 비하면 건장하다고도 못한 사람의 억센 손아귀에 끌려 타게 된 차 위에서, 중호는 어린아이처럼 여기저기 발길질을 해댔다. 반나체인 몸에 도로변의 시선들과, 도움이 되지 못할 매끈한 앞유리에도 중호는 한번도 윤이에게 천장을 닫아달라 말 하지 않았다. 그저 더러운 발바닥으로 앞유리와 글로브박스를 몇번 걷어 찼을 뿐. 그는 윤을 제외한 모든 것에 화를 내고 있었다.

여기저기 들이받아 벌건 중호의 발을 붙잡고, 윤은 자신의 저택으로 향했다. 윤에게 들린 하체 탓에 상체와 머리를 땅에 둔 채 끌려가는 중호는 일체의 신음도 없이 그저 안에 속옷을 입지 않은 바지의 지퍼를 다시 잠궜다. 윤은 엘리베이터에 중호를 던져넣고 나서야 그를 돌아보았는데, 중호는 쥐가 난 다리만을 주무르고 있을 뿐이었다. 소리도 없이도 열리는 철문에 윤은 중호를 두고 나가 쇼파에 걸터앉았다. 이제 더는 도망가지 않겠지. 닫히지도, 내려가지도 않는 엘리베이터에 중호는 그저 거기에 주저 앉아 윤을 바라봤다. ...올꺼면 니가 와야지.

-

...
간다.

이건 떡친 값이고. 맞지 않는 윤의 옷가지를 껴입고, 중호는 시트 안의 윤을 떠났다. 아이고 시발, 아직도 얼얼해요. 수지 안 맞는 장사가 몇번째냐. 움직이지 않는 철문을 습관처럼 발로 찬 중호는 윤을 돌아봤다. 짧은 기계음 소리와 함께 윤이 돌아 눕는 것을 확인한 중호는 열린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평소 같으면 자신이 타자마자 문도 닫히고 아래로 내려갔어야할 놈이, 늘어진 저 목석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잠시간의 침묵 후에 중호는 침대로 다가가 시체처럼 마냥 누워있는 그의 목을 졸랐다. 가는 목은 한 손으로도 제압 될 듯 가늘었는데도 점점 얼굴이 붉어지는 건 오히려 중호의 쪽이었다. 숨 쉴틈도 없이 갖은 욕을 다 퍼부으며, 중호는 윤에게 몸을 굽혀 그의 목줄길 눌렀다. 그러나 굽힌 몸에는 체중이 실리지 않았고, 윤은 의아한 듯 눈을 떴다. 뜻하지 않은 맑은 눈에 중호는 반사적으로 고갤 피했다.

윤이 가까워진 중호의 등 위로 팔을 덮자, 중호는 그가 마치 거미같다고 느꼈다. 기다란 팔이 자신을 감싸 누르자, 저는 저항도 없이 그의 위로 엎어졌다. 부들대며 떨리는 제 팔 근육이 결코 저 가늘기만 한 것보다 약할리도 없는데. 화대라 칭한 옷들이 다시 벗겨지고, 다시 체액을 빨리기까지는 어제밤처럼 길게 걸리지 않았다. 그저, 멍자국이 가득한 곳에 다시 상흔을 내려는 윤에, 중호는 스스로 바질 벗었다. 화대가 아닌 옷마저 찢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


화분을 잔뜩 뭍힌 나비가 날아간다면, 거미는 그를 잡아야 마땅하고, 그리고 날개부터 뜯어내고, 그리고 팔다릴 잡아 빼고, 그리고 나서야 더듬일 맛보는 거지.
세상 만사를 거미줄 안에서만 느낄 수 있도록.







--


...??????????
기뮨른 전력 향기
두밥님 리퀘
중호한테 집착하는 조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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