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크본즈 +(약)스폰즈 미러미러au
※ 함장 커크와 맥코이가 반란으로 쫓기다 커크가 풍토병으로 쓰러진 거
병든 찻주전자에서 녹물이 떨어졌다. 붉고 비린내가 퍼지는. 맥코이는 사람 가죽을 덧댄 삭은 손잡이를 떼어버리고, 녹물이 맑아질 때까지 주전자 안을 헹구고 닦았다. 쇠와 쇠가 부딪혀 불쾌하고 높은 소리가 났다. 지미. 부은 목소리가 등을 감싸 따뜻하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나는 네 눈 속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개의 모습을 엿봤다. 내 맥코이. 싸늘하게 식은 찻주전자는 손잡이도 없이, 군데군데 녹 자국을 달고선 점차 크게 다가왔다. 찰랑거리는 소리 속에서 녹물을 담고서, 너는 그 물을 내게 부었다. 싸한 감각과 함께 통증이 밀려왔으나, 움직일 수 없었던 것보단 나았다. 따뜻하지만 꺼칠한 손이 나를 붙잡아 세우자, 나는 그제야 몸에 온기가 돌고 있단 걸 알 수 있었다.
때가 되면 네가 일으켜 줄 테니까 나는 그때까지 잠이나 자두려고 했지.
헛소리 마.
인공 안구도 없어 빈자리에 차오르는 살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보이는 족족 파내었더니, 이제는 빈자리 그대로 내려앉고 있는 네 눈을 바라보며 나는 너를 안았다. 드디어 피가 돌아 따뜻해진 내 품 안에 너는 나보다 훨씬 뜨거운 주제에 제대로 눈도 못 뜬 채 페이저를 들었다. 나는 그걸 빼앗아 들곤 등 뒤를 향해 쏘았다. 식물 그림자 뒤에 숨은 것이 꺽 소릴 내며 쓰러지자 사방에서 다시 사람들이 뛰쳐나왔다.
내 허리춤에서 페이저를 뽑아 든 맥코이가 내게 등을 기대자, 나는 페이저를 들지 않은 손으로 그의 엉덩일 주무르며,
지금 그것보다 쥐기 좋은 게 있는데 말이야, 맥코이.
반세기 전에나 들어볼 법한 저속한 성희롱이군.
왜, 두근거리지 않아? 오랜만에 죽을 위기를 맞았는데 섹스는 하고 죽어야지.
양손으로 페이저를 꼭 쥔 채 사람을 쏘아대는 맥코이를 곁눈질로 보곤, 그의 엉덩이에서 겨우 손을 떼었다.
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
귀 옆에서 페이저 건이 불쑥 들어와 내 옆의 사람을 밀쳐냈다. 그 사람이 이미 내 총에 죽은 시체임을 안 그가 질색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자, 나는 어쩌라는 표정으로 고갤 으쓱였다.
죽기는. 네가 살려준 목숨인데 감히 다른 사람 손에 죽을까.
잘 아네.
그래, 이 빨간 셔츠 차림을 한 놈들을 모두 죽이고 난 후에야 섹스의 ㅅ자라도 볼 수 있겠지. 왼뺨에 새겨진 흉터가 찌릿하도록 웃고 나서, 나는 맥코이의 페이저를 뺏어 들고 그를 텐트 안으로 발로 차 넣었다. 의사 양반은 총싸움엔 늘 솜씨가 없더라고. 차라리 혼자 하는 편이 낫겠어. 너무 섭섭게 생각하진 말아, 맥코이. 끝나고 맛있는 거 차려 줄 테니까.
-
시체에서 팔 한 짝을 겨우 뜯어내 모닥불을 지핀 맥코이에게 가져다 들이밀었다.
오래도 걸린다.
너무 그러진 마. 칼이 없어서 고생했다고.
고기 굽는 냄새가 노릿하게 퍼지자, 맥코이가 불을 뒤적였다. 다음 습격은 없을 것 같으니까 밥 먹고 섹스나 하고 푹 잘까. 어때? 맥코이가 불이 반사된 한쪽 눈으로 선연하게 나를 바라봤다. 입꼬릴 씰룩이며 고갤 끄덕이는 그를 안자 그는 불을 지피던 막대기로 불 옆에 놓아두었던 찻주전자를 툭툭 쳤다. 빈 금속 소리가 쨍하게 두 번 울려 퍼지고, 그는 불쏘시개를 내게 들이밀었다. 불씨가 타닥이는 어느 품종 모를 나무 막대가 내 사인으로 남게 되다니. 그럴 리가 있나. 거뭇한 막대를 그대로 손에 쥐자 살이 익어갔다.
왜?
안전해 질 줄 알고 살려놨더니, 더 위험해질 것 같아서.
그 밖의 다른 이유는 없어? 누구 사주한 사람이라던가.
내 뒤에 누가 있으면 그냥 죽어줄 거야?
아니,
누가 나한테서 널 데려가려고 했던 거면 그 녀석도 죽이려고. 맥코이는 방금 들이민 불쏘시개가 잡혀 부러져도 동요치 않은 채, 다시 내게 안겼다. 누구야? 날 살리기 전에 누굴 만나고 왔어? 검댕이 묻은 손으로 그의 빈 눈을 후비자, 맥코이는 아프지도 않은지 높낮이가 없는 목소리로,
스팍.
아하. 그쪽이 더 유리할 것 같았어?
아니, 난 그저 살아남는 사람 편이야.
등 뒤를 찌르는 막대는 아까와 같이 가늘고 뭉툭한 나무도 아니었고, 페이저처럼 섬뜩하니 빛나지도 않았다. 가느다란 쇠꼬챙이. 스팍- 목에서 피 섞인 가래가 들끓었다. 맥코이가 양손을 펼쳐 보였고 나는 그대로 쓰러져 모래 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채, 스팍의 수염난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고 올려다본 맥코이의 얼굴은 여전히 아무 표정 없이 고요했다. 그를 죽이는 스팍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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