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준백기 :: 짝사랑의 결과
나는 우리가 친해졌다는 걸 알았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가 내게 사적으로 말을 거는 일이 많아지고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같이 일을 하나씩 끝낼때마다 그는 나를 인정해 주는 것 같았다. 어느날은 부서에서 같이 회식을 가기도 하고, 들떴는지 과음한 자신을 그가 부축해 준적도 있었다. 어깨를 감싸 택시 안으로 자신을 부축해주고, 팔의 빼는 그에 저도 모르게 따라 나가려다 닫히는 문에 좌절한 적 또한 있었다. 부서에 있을 땐, 마치 누구보다 그와 가까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옆자리에서, 전화를 하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가 준 일거리를 하고, 그와 합을 맞춰가는. 혹여, 그가 자리를 뜰 때면 저도 모르게 시선이 갔다. 외근을 갈때는 인사를 했고, 잠깐 쉬실 때는 더 멀리까지 그를 바라보고 있..
정문구탁 :: 민박
"지랄 맞은 날씨네. 지연아, 빨리 들어가자." "진짜 퍼붓네, 퍼부어. 어, 앞에 누구 서 있는 거 아냐?" 양손에 든 짐을 고쳐 들며 지연이가 받쳐 든 우산 안에서 본 건, 낯익은 실루엣의 남자였다. 이렇게나 비가 오는데도, 우산은커녕 뒤에 달린 후드조차 쓰지 않고 이쪽을 바라보는. "이 방이 제일 작은 방인데, 오늘 밤만 묵을 겁니까?" "아마도." 짐도 하나 없이, 맨몸인 남자는 신발을 벗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발바닥이 젖어 있으면 방이 더러워지니까 닦고 들어라가로 하려 했지만, 신기하게 남자의 발걸음에 물기는 없었다. 나는 무심코 남자를 따라 들어가, "말려 줄 테니까, 옷 다 주십쇼. 갈아입을 옷은 가져다 놓을 테니까." 원래 이렇게, 오지랖 넓은 사람이 아니네 뭐네 하며 남자의 옷을 받았다..
윌니발 :: 동물
시즌2파이널 스포 그저, 평소와 같은 나날이었을 지도 모른다. 윌은 자신의 집에서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 원래 같으면 울려야 할 알람은, 건전지가 다 된 시계 탓에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윌은 목이 졸리는 꿈을 꾸며 일어났다. 늘 나오는 그 동물이, 자신의 목을 눌러왔다. 압착 프레스로 눌리듯이, 그 사이에 윌은 이상한 소음도 들었다. 마치 기계가 돌아가는 듯한 소리. 숨이 가빠져 가면서도, 윌은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었다. 눈을 뜰 수도 없었고, 앞에 있는 이의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단지, 배가 따가웠다. 겨우 눈이 떠졌을 때, 그 동물은 한 발자국, 그리고 또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윌은 그것이 숨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 동물은 두 발자국 물러나 윌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