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상식 :: 중독자, 반복.
[내일 봅시다] 당신과 내가 헤어진지, 벌써 몇개월이 지났는지.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먹히기라도 한 듯, 나는 그 기간을 바로 떠올리지 못했다. 당신을 피해다니고, 끝내, 겨우 이직까지 하게되고. 하지만, 이 직장에 들어서서 당신의 입김이 내 이직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 지 또 알게되고. 나는 그걸 무마하려 또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당신을 생각할 그런 여지조차 두지 않았다. 그러지 않으면, 나는 또 다시 당신에게 달려가서 당신의 바지가랑이라도 붙잡고 매달릴테고, 당신은 또 나를 보며 한숨 짓겠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당신은 언제나 내 곁에 있다. 내가 컴퓨터를 만질 때, 거래처를 만날 때, 발표준비를 할 때, 보고서를 작성할 때, 회식을 가서도. 당신의 목소리와 몸짓과 모든 당신의 생각이..
그래상식 :: 질투, 맹목
재능를 사랑한다. 신은 그의 뛰어난 제자를 대견스러워 할 뿐, 절대 시기하지 않는다. 그 제자가, 신이 될 수 없음이 너무나 명백하니까. 그러나 인간은 그의 뛰어난 제자를 시기한다. 동시에 대견스러워도 한다. 젊음이 부럽다고, 처음으로 느낀다. 그의 제자에게. 상식은 책상을 두드린다. 핑그르르하고 돌아가는 펜은, 이내 예고했듯 떨어져, 누군가의 발치를 건드린다. 그 누군가는 또 그 펜을 주워 상식에게 건낸다. 그러면 상식은 또 펜을 돌리고, 떨어진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야, 펜은 제 자리를 찾아 들어간다. 필통에 들어가서 눕는다. 상식은 그래의 눈을 보고 가로 젓는다. 그래의 고개가 떨어지고, 다시 상식은 고개를 가로 젓는다. "이건, 내 수준의 논문이 아니야. 우리 과 교수들 다 모아서 이야기 해봐야겠..
민우인혁 :: 흔한 애인 사이
당신을 위해서, 서울로 향하는 길이었다. 레지던트 4년. 그 기간동안, 나는 당신을 두고 떠나게 될 터였다. 당신은 왜 나를 당신의 품에 품어주지 않았을까. 재인쌤이 당신의 밑에 레지 TO를 넣어주겠다고, 그렇게 말했다던데. 왜, 당신은 그 TO를 받지 않았을까. 내가 곁에 있는 것이, 그렇게나 무서웠을까. 당신의 실패를 바라보고, 그것에 내가 실망하는 것이 두려웠을까, 아니면 내가 더 이상 당신을 우러러보지 않음을 상상했을까. 나는 당신이 나를 붙잡기를 바랬다. 당신은 너무나 배려심이 깊었다. 그 배려가 당신을 감싸고 있었다. 은아쌤도, 나도, 당신이 붙잡으면 언제나 당신에게 돌아갈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하는 배려일 것이다. 당신은 너무나 빛났다. 당신을 보고, 다가오는 사람들이 당신을 해치는 ..
정문구탁 :: Rollback
※AU주의 몇년을 걸쳐, 만나온 사람이었다.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원한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러나, 참았다. 오구탁이라는, 이 사람과의 현재 관계를 부수고 싶지 않았기에. 자신이 무언가를 했다면, 그랬다면, 지금까지 오구탁과 자신의 관계가 산산히 무너져 내릴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랬기에, 가만히 있었다. 그와의 만남은, 몇 안되는 소중히 여기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 묶여있는 남자는 누구인가. 오구탁. 나지막히 부르자, 고개를 드는 것은 분명 그가 맞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이었다. 눈빛부터 시작하여, 입꼬리, 자세 등. 혀를 차며, 피가 섞인 침을 뱉은 오구탁은 다가오는 이정문을 바라보았다. 저 눈에 자신을 향한 선망의 빛이 서려 있던 것을 보는 게 좋았다.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