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꿇어."
"..."
자연스레 그의 발 밑에 앉아 그의 하얀 가운 끝을 올려다 보았다. 그의 벨트를 풀어내고 빡빡한 지퍼를 내려 성기를 찾아 쥐었다. 너무 익숙해진 맛이었다. 입을 열어 그를 물자, 그 순간만이라도 소중한 것이라도 되는 양, 내 머리카락에 엉키는 굳은 살 베긴 손가락들이 바로 이 행위의 보답이었다. 일방적인 행위가 끝나고, 그는 스스로 지퍼를 채우고, 벨트를 차고, 나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은채, 바닥에 앉아있는 나를 보지도 않고, 문을 열고 나갔다.
그의 뒷모습은 학생시절과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내가 그를 처음 본 날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그와 나는 들을 수 있는 몇 안되는 교양과목에서 같은 학과 학생으로 마주 했었다. 하지만 그는 내게 매번 이름, 학번, 나이 등을 물었다. 나는 결국 한번도 기억한 적이 없던 그를 피해, 맨 뒤로 자리를 옮겼으나, 그날 그는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다음날 나는 다시 그의 옆 자리에 앉았고, 몇번이고 그에게 자기소개를 했다. 그 시간이 결코 질리지는 않았으나, 내가 매일 아침 가진 기대가 서서히 깨어져가고, 그가 내게 이름을 묻는 행위에 대한 실망감은 날짜가 아무리 가더라도 없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가 내게 이름을 물을 정도의 호기심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며, 조금이라도 희망을 가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게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의 주변에는 사람이 많았다. 강의실 밖에서 그를 볼 때면, 여자들, 남자들 할 것 없이 네댓명은 기본으로 붙어있었다. 나는 늘 혼자 다녔고 그를 보기 전까지 그에 만족하고 있었으나, 그를 보아 처음으로 무리에 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들 사이에 끼이면 나를 기억해주는 것일까. 그러나 내가 그와 걷는 것이 가능할리가 없기에, 나는 내 옆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는 그를 먼 뒤에서 따라갔다. 그의 어깨가 웃는 듯이 흔들렸다.
과 내 술자리에는 잘 참가하지 않았으나, 오늘은 동기에게 먼저 가겠다고 말한 참이었다. 어리둥절해 보이는 그가 '너 원래 술자리 안오잖아.' 라는 말에, '술이 고파서.'라고 대답했다. 정확히는 학교행사 때문에 일주일 내내 보지 못한 그가 고파서였다. 같이 앉는 동기 하나의 손에 이끌려 앉은 자리는 하필이면 그의 바로 앞자리였다. 나는 떨리는 손을 책상 밑으로 감추고, 그를 피해 눈을 돌렸다. 그는 주변에 인사를 하고 나를 보더니, 역시 내 이름을 물었다. 강의실에서처럼 작게 내 소개를 하자, 옆 자리에서 '선배랑 교양 같이 들을 껄요? 아니야?' 그제서야 나를 지그시 보던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기억이 안나. 그였다. 이후로 한번도 당신은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어둑해진지 오래된 학교에서 술 먹은 사람, 바람쇠는 사람, 책을 안은 사람들이 다 같이 흘러가고 있었다. 나 또한 그 사람들과 같이, 사물함에서 책을 챙기고, 기숙사로 돌아가려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몸을 잡혀 가방을 떨어뜨렸다. 내 손목을 잡은 사람은 바로 그였다. 나보다 키가 큰, 그의 얼굴은 처음보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인혁아."
나는 그 단어에 홀린 듯이 그를 따라 과방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과방에서 나는, 거칠게 그의 허리 아래로 내려갔다. 나는 처음으로 남자의 성기를 물었고, 그는 제대로 발기하지도 못했다. 그의 체모에 얼굴을 비비고, 목구멍으로 그를 받아낼 뿐이었는데, 왜 내 성기마저 부푸는 것인지. 나는 그것을 숨겼다. 그는 한참이 걸려 겨우 나온 그의 정액을 내 얼굴에 덕지 덕지 묻여서, 사진을 찍었다.나는 퍼지는 플레시때문에 눈도 뜨지 못하고 그 찰칵이는 소리를 견뎌냈다. 그는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고, 과방을 나갔다.
그 이후로 그는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나는 다시 자기 소개를 하지 않아도 되었으나, 그는 필요할 때면 언제나 나를 불렀다. 입이 얼얼하도록 빨고 난 후면, 가끔 그는 첫 날 찍었던 내 사진을 한장씩 주었다. 나는 그 사진 속의 내 표정이 너무나 행복해 보여서 웃었다.
아마, 지금도 그런 표정일 것이다. 그의 뒷모습만 볼 수 있음에도.
제 3회 전력 [뒷모습]
전력 너무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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