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52) 썸네일형 리스트형 검은 사제들 백업*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최김/준호범신 :: 하얗게 젖은 ※ 성적 단어 출현 주의 초겨울, 때 늦은 낙옆들이 바닥에 채일 만큼 쌓여있었다. 비질을 하며 시린 손을 비비고 있자, 어느 신도가 딱해보였는지 내 손에 핫팩을 쥐어 주곤 손을 흔들며 떠났다. 이제야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핫팩을 통해 냉골같았던 손가락이 제대로 굽어지기까지는 한참이나 걸렸다. 그러나 그 온기가 좋아서 한동안 그걸 쥐고 비질을 멈춰있었다. 미사가 끝난 성당은 구석부터 열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초가 가득한 곳으로 걸어가자면, 베드로 신부님이 어느 꼬마 아이와 웃으며 이야기 하고 있었고 꼬마의 부모는 꼬마를 두고 짧은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결국 칭얼대는 아이를 안아든 그가 겨우 나를 시야에 넣었다 싶자, 아이는 그의 수단을 그러 쥐며 또 무어라 했다. 앞니가 없는 아이의 높은 목소리가 따뜻한 .. 최김 :: 마이동풍 ※주요 캐릭터 사망요소 주의 바닷물에 담금된 쇳물 마냥, 열기는 내부에만 존재할 뿐 차가워진 겉껍질에 막혀 표출되질 못했다. 염분은 날 녹슬게 했지만, 날 단단케 해주진 않았다. 깨어져가는 외피들이 바도에 쓸려가는 것을 나는 보기만 했다. 그렇게 깨어지고, 무뎌져가는 것이 내 소명이었다. 내가 선택해야만 했던 유일한 생존법이었다. 그러나, 벗어나질 못하고 오늘도 평소와 같은 꿈을 꾸었다. 그 안에서 묵직하게 남는 손 맛은 아직도 살덩이를 파헤치고 있었다. 내가 휘두른 날붙이에서 튀어, 얼굴에 닿던 뜨거운 피가, 새벽 공기에 아주 천천히 식어갔다. 나는 오늘도 내 동생을 죽였다. 덤덤히 오늘 시간표를 떠올리면서도, 더는 잠들지 못하고 해가 떠오르기만을 빌었다. 그 강렬함이 색채가 무딘 달을 물리쳐 내길. .. 최김 :: 하얀 초 ※신학교 날조주의 성당에서 챙기는 그 많은 행사들 중 하나였다. 그리고 오늘은 그 중 가장 크다해도 거짓이 아닐, 성탄절의 전야였다. 제가 갈께요, 신부님! 가겠다고요! 온 기운을 짜내어 소릴 지르며 교정을 걷는 아가토를 바라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선을 대신해서 제일 큰 강당에서 성가가 울려퍼졌다. 달은 아가토를 따라다니며, 그의 검은 그림자를 옅게 만들었다. 그의 어둠을 가져가려는 듯이, 그의 뒤를 졸졸 쫓아다녔다. 그러나 아가토는 누군갈 닮은 그 빛을 무시하고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런 날 외출을 해야겠냐. 핀잔을 주는 학장신부에게 아가토는 평소와 다르게 빌기만 했다. 나름의 이유가 있어 늘 당당해 하던 모습은 어디로 간 것인지, 잘못을 했을 때처럼 비위를 맞추려드는 아가토에 신부는 .. 최김최 :: 귀단백석 ※약 고어 주의(유혈 있음) 차갑고 날카로운 길을 마저 걸어갔다. 비가 오는 중이었다. 도통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왜 그의 얼굴을 보려하지 않았지. 왜 그가 그런 말을 할 꺼라 여겼지. 그리곤 또 맨발인 채로, 아직 붉은 불이 켜져있는 여관으로 뛰어갔다. 저 앞에 누가 있는 지는 알고 있다. 그다. 얼마나 오래 나를 기다렸을까. 쓰고 있는 우산에 가려서 그의 얼굴이 안 보여 불안했다. 오, 거룩하신 하느님. 내 수단은 이미 젖어, 어딜지 모를 깊은 곳으로 회귀시키기라도 할 검은색 광택을 내고 있었다. 무거웠다. "신부님." 지쳐 빠진 목소리가 내게서 서툴게 삐져나갔다. 우산을 침범해 그의 어깨를 잡을지 말지 고민했다. 웃는 것인지 우산이 조금 흔들렸다. 아무런 말 하지 않는 그에게 먼저 조바심이 나는.. 샨민 :: 생화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그래상식영후 :: 광구 같은 삐에로 장식을 다섯번 보았을 때, 그래는 자신이 길을 잃었단 걸 깨달았다. 그래의 앞에 놓인 막막하게도 넓은 복도는 그가 이 집에 살면서도 처음 와본 곳이었다. 그래는 이 집에 산 지 오늘로 1년이 다 되었지만, 그에게도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었다. 무작정 복도를 달려 마주한 정원의 벽에 그려진 나무 모양 띠장식이 너무 멋있어서, 그것을 따라오다 보니 처음 보는 하얀 저택으로 들어온 것이 애초에 잘못이었다. 사람 하나 없지만, 아주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는 저택에 갇힌 그래는 내려갈 길도 찾지 못한채 창가에 앉았다. 이곳은 그가 온 고아원과도 비슷했다. 죽을 아이들이 모인 그곳은 어린아이들의 기운이 아닌, 병자들이 데리고 있는 저승사자들만이 떠도는 정적만이 가득하던 공간이었다. 상.. 익호영호에이스 :: 합리화 형은 늘 나보다 앞서 있었다. 그래서 축구라는 곳에 눈을 돌리도 하고, 그를 무시하려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매인 위성과도 같이, 결국은 이 체육관으로 돌아 올수 밖에 없던 것이다. 내가 밟는 이 길이 모두 그가 걸었던 길임을 알기에, 나는 그 보다 열심히 했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커온 내가 그의 돌아보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는 그 방법 밖에 없었다. 친형제든, 그런 건 첫 몽정 때부터 없어진지 오래였고, 그와 단 둘이던 체육관 생활이 즐겁지 아니하였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터였다. 그가 결혼할 사람이라며 한 여자를 내게 소개시켜주기 전까지, 우리는 두사람의 낙원에 살았었다고 할 수도 있었다. 멀어지는 시야는 흐릿하고, 촛점이 나간채로 그대로 암전되었다. 첫 다운이었다. 나는 그대로 몇십분.. 이전 1 2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