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52)
민준인혁 :: 뒷모습 "꿇어." "..." 자연스레 그의 발 밑에 앉아 그의 하얀 가운 끝을 올려다 보았다. 그의 벨트를 풀어내고 빡빡한 지퍼를 내려 성기를 찾아 쥐었다. 너무 익숙해진 맛이었다. 입을 열어 그를 물자, 그 순간만이라도 소중한 것이라도 되는 양, 내 머리카락에 엉키는 굳은 살 베긴 손가락들이 바로 이 행위의 보답이었다. 일방적인 행위가 끝나고, 그는 스스로 지퍼를 채우고, 벨트를 차고, 나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은채, 바닥에 앉아있는 나를 보지도 않고, 문을 열고 나갔다. 그의 뒷모습은 학생시절과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내가 그를 처음 본 날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그와 나는 들을 수 있는 몇 안되는 교양과목에서 같은 학과 학생으로 마주 했었다. 하지만 그는 내게 매번 이름, 학번, 나이 등을 물었다. 나는..
그래상식 :: 누군가 내게 준 당신을 보자마자, 당신이 누군가 내게 준 선물이란 것을 알았다. 그러나 당신은 나를 받아 들 일 수 없는 사람이었고, 나는 당신의 팔뚝 하나 붙잡아 내 쪽으로 이끌지 못했다. 그러다 혹여 당신과 눈이 맞거나, 당신이 나 자체를 바라볼 때, 나를 위해줄 때, 내 어깨를 두드릴 때. 나는 죽지 못해 살아있다. 당신은 천사가 준 선물인지, 악마가 준 선물인지, 당신과 한 곳에 있는 그 자체가 내게 천국이었고, 당신에게 가지는 감정의 심화는 지옥과도 같았다. 만약 당신이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혹은 아이가 없다면 하는 가정은 수십번을 내 머리에 스쳐 지나가며 당신과 내가 손을 잡는 등의 몽상이 이어졌다. 당신이 얼굴을 붉히며 내 손을 잡거나, 어두운 사무실에서 키스를 하거나. 그러나 그 모든 일들이 이루어 지..
민우인혁 :: 허전한 마음 네가 있어야할 자리를 다른 사람이 차지하고 있는 느낌은 요상했다. 그 다른사람에게 무심코 너에게 물을 질문을 한다던가, 너는 체크하던 정보를 그 다름 사람은 모르고 있을 때 더더욱. 인턴 한두번 다뤄보는 것도 아니었는데도 벌써 7월, 뜨거운 해에도 나는 너의 환영을 보았다. 네가 죽거나 한 것도 아니고, 어제도 너로부터 전화가 왔었는데. 너를 대신해 새로온 인턴은 남자였고, 너와 비슷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 그 인턴을 보고 너를 떠올린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고, 네가 끼어들었던 자리가 너무나 많았기에 그 사람들 대다수가 그 인턴을 너로 착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달, 두달 시간이 지나갈 수록 너는 없어지고,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에 익숙해지기 마련이었다. 분명 나도 그래야 하는 데, 그리고 수술실..
그래상식 :: 오기 들이키는 공기가 매서웠다. 분명 어제만 해도 따뜻하던 공기는 하룻밤 비를 맞더니, 다시 쌀쌀한 여인이 되어 내 싸대기를 때린다던가, 온 몸을 애무하고 있었다. 아, 하지만 이 날씨보다 내 화를 돋우는 것은 장그래였으므로, 나는 점잖게 옷을 여몄다. 장그래, 장그래. 왔다갔다 하는 날씨만큼, 나를 혼란스럽게만 하는 이름. 너를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 두고 싶다. 마치 네가 나에게 한 짓처럼. 장그래, 그래야. 네 이름을 계속해서 입 안에서 굴리자, 어느새 네 이름은 두께도 가지고, 맛도 가졌다. 그걸 씹어먹으며, 네가 있는 카페 안을 스쳐 바라봤다. 분명 너는 나를 보고 있었고, 나는 너를 보고 있었다. 맞은 편의 사람이 눈에 들어올리가 없었으나, 네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리다 그 맞은 편 여자와도 눈이..
그래상식 :: 관람차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휘경영우 :: SavePoint 약속시간이 지난지 30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 원래 같으면 데리러 갔었어야 했지만, 영우가 이 근처에 약속이 있다는 이유를 댔기에 휘경은 자신의 집에서 얌전히 그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영우의 몇번의 퇴짜 끝에 겨우 얻어낸 데이트 기회였으니, 그의 연인을 지극히 사랑하는 휘경은 철저한 을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자신의 집에 온다고 아침부터 부산스러웠던 휘경은 대문이 있는 마당에 쪼그리고 앉아 대문을 노려보았다. 담 밖으로 차 소리가 들리면 두근거리며 바라보기도 하고. 영우의 로펌 가까이 새로 구한 집은, 막 인테리어를 끝내 깔끔했으며, 마당 또한 깨끗하고 이르게 흐드러지게 핀 꽃들로 가득 차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사이에, 휘경이 자신의 눈 앞에서 알짱거리는 참새 한쌍을 노려봤다. 낮에 한..
윌니발 :: 소분 1. 춤 노래는 흘러나오고, 나는 당신을 따라 발을 움직였다. 마치, 끈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처럼. 그 끈이, 나를 놓지 않는다. 나는 내 의지가 아닌채, 당신을 따라갔다. 이리저리 칼을 휘두르고, 피가 솟아오른다. 나는 그 피를 뒤집어쓴 채로 좀, 웃었던 것 같다. 당신도 웃었고, 나는 또 춤을 추었다. 튀어오르는 피와 살점이 벽지를 더럽혔다. 흥분해서 장갑을 벗으려 들자, 손을 잡아 오는 당신이 있었다. 당신을 벽으로 밀어 혀를 댔다. 당신의 목에 튄 피가 달았다. 당신이 내 뒤통수를 붙잡아 당겼다. 나는 당신의 뜻대로, 당신의 목에 이를 세웠다. 내 몸애 튄 피들이 당신에게 옮겨 붙었다. 한 발짝 떨어져 있던 당신은, 내가 가져온 피에 물들어 갔다. 눈을 뜨면, 그 일은 마치 꿈과 같다. 연쇄살..
영후상식 :: 같이 회식이나 가지? 자꾸 빼며 회식을 피하는 상식을 이끌고, 이번 프로젝트를 같이한 다른 부서와의 회식을 간 영후는 상식을 자신의 옆자리에 앉히며 말했다. "중간에 도망가면 안된다?" "도망 안 갑니다." 천천히 상식의 잔에 술을 기울이며, 영후는 오늘 잘했던 건 저거고, 이건 잘 안되었고, 그런 업무적 이야기를 하다가, 상식에게만 술을 준 걸 알고는 맞은 편에 있는 대리한테도 한 잔을 건냈다. 그 사이 상식은 그런 영후를 조금 취기가 오르며 보다가, 자신의 옆에 있던 술을 자작하며, 원샷을 했다. 영후는 앞의 대리와 가벼운 이야기를 하다가, 그런 상식을 보고 조금 장난스레 이야기했다. "너 그러다 상사보다 먼저 가겠다." "상식아, 너 많이 마신 것 같은데." "아닙니다, 아닙니다, 과장님. 흐흐, 저 별로 안 마셨는데요..